SBS뉴스

뉴스 > 사회

'비트 속 고뇌'…클럽 DJ계 이면 살펴보니

입력 : 2010.06.20 22:12

무대 적고 '예술가' 인식 낮아…교육 체계도 전무, 클럽 문화 확산하고 지망생 늘어 그나마 희망


 '쿵쿵….'

등 뒤 대형 스피커에서 터지는 전자음 비트에 몸을 흔들며 DJ(Disk Jockey)가 두툼한 헤드폰을 썼다.

DJ는 다음에 틀 곡을 미리 들으며 리듬을 파악한다. 그래야 곡과 곡을 자연스럽게 섞을(믹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댄스 플로어에서 약 3m 정도 솟은 DJ부스(DJ석)는 클럽의 중심이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무대 위의 사람들은 반대편의 이성(異性)이 아닌, 이곳의 DJ를 주시한다.

서울 홍대 클럽 'M2'의 업주 겸 DJ인 유승열(DJ엉클)씨는 20일 "좋은 곡을 틀어 플로어에 함성이 터지고, 파티의 분위기가 달궈지면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가수 구준엽과 배우 류승범 등 유명인이 DJ활동을 선언하고, 서울 강남 번화가에 대형 클럽이 생기면서 클럽 DJ가 주목받고 있다.

매번 1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는 외국의 '슈퍼DJ'를 동경해 믹싱기술과 선곡을 배우는 지망생의 수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DJ계는 흥겨운 비트와 환호성만 있는 곳이 아니다. 최근 트위터로 자살을 예고하고 목숨을 끊은 DJ 이모(27)씨 사례도 녹록지 않은 현실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DJ들은 얘기한다.

DJ가 중심이 되는 정통 클럽은 서울도 많아야 30여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터 부킹과 '블루스 타임'이 있는 나이트클럽 문화가 아직 주류다.

업소 수가 적은 탓에 DJ가 실력을 발휘할 자리가 부족하다. 10년 경력의 DJ 김모씨는 "판이 좁다 보니 연줄에 따라 무대에 설 기회가 좌우되는 사례도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DJ를 예술가가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도 미흡하다. '음반 틀어 분위기 띄우는 사람' 식의 편견에 업주들이 DJ의 음악적 역량은 보지 않고 외모만 따지는 일도 있다.

대학에 DJ전문 학과가 있는 영국 등 클럽 선진국과 달리 DJ를 제대로 양성하는 교육제도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대학은커녕 전문학원도 찾기 어려워 국내 지망생들은 대개 현직 DJ에게서 개인교습을 받으며 기본기를 배우고 나서, 클럽에 '견습DJ'로 일하며 무대 경험을 쌓아야 한다.

M2업주 유씨는 "(교육) 체계가 없다 보니 잠재력 있는 새내기 DJ가 어디에 있는지 소문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고 했다.

클럽에서 '준(準)연예인' 대접을 받는 DJ는 처우의 격차도 크다. 인기가 낮으면 행사에서 입장권 수익의 20%도 배분받지 못하는 설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한국의 클럽이 '과도기'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술과 이성찾기 일변도의 기존 유흥문화에서 춤과 음악 자체를 즐기는 서구식 클럽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DJ 양성과정에 대한 논의도 싹트고 있다. 홍대에서는 M2 등 클럽의 업주들이 DJ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토론하고 있다.

숨진 이씨의 한 동료 DJ는 "어려울 때도 잦지만,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DJ의 소식을 들으면 힘이 난다. 이 일을 평생 할 생각인 만큼 꾸준히 공부하고 음악적 역량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클럽 DJ란 = DJ는 애초 LP판을 관중에게 틀어주는 사람을 뜻했다. 현재 클럽에서 DJ는 선곡한 음악을 이어 틀며 믹싱(Mixing)과 비트매칭(Beat Matching·템포 맞추기), 음질 조절 등의 기법으로 독창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클럽 DJ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대회가 자주 열리며 인기 순위를 발표하는 잡지도 있다. 주력하는 음악 장르에 따라 일렉트로니카(전자음악) DJ와 힙합 DJ 등으로 나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