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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 안보리 회부 의미와 전망

입력 : 2010.06.05 09:20

정부 '대북결의안'-'의장성명' 사이 딜레마…중국 설득 최대관건 '한·미·일' VS '북·중'


천안함 사건 처리의 '공'이 마침내 유엔 안보리 무대로 넘어갔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질서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추궁하는 심판의 장(場)이 개막된 것이다.

이번 안보리 회부는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대응옵션 가운데 '상징성'이 가장 큰 조치로 평가된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그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 자체에 방점이 찍혀있는 조치라는 의미다.

그러나 어떤 강도와 수위의 대응을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북한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는 '실효성'도 띨 수 있다. 형식상으로는 대북 결의 또는 성명의 틀을 띠면서도 내용상으로는 1874호 대북 결의안처럼 국제사회의 단호하고도 일치된 대응의지를 구현하는 실질 조치들을 수반 또는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안보리 회부의 명분과 논리는 분명하다. 북한의 이번 공격행위는 1953년 유엔군이 당사자로 참여한 정전협정 2조12.15항의 위반이자 유엔헌장 7장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유권해석이다.

이로써 북한은 지난 1, 2차 핵실험에 이어 또다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로부터 새로원 차원의 대응조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관심은 과연 어떤 강도와 수준의 대북 대응조치가 도출될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응징의지를 보여주는 핵심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력이 요구되고 있다.

현단계에서 상정 가능한 안보리 대응조치로는 ▲대북결의안(resolution)과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을 들 수 있다.

이중 대북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대응조치로서 제제 결의안과 일반 결의안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새로운 도발'에 따라 '새로운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제재결의안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미 포괄적인 대북제재인 1874호가 가동되고 있어 추가 제재가 실효적 의미를 갖지 못하는데다 결정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을 규탄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일반결의안으로서 '규탄결의안'이 유력히 거론되는 분위기다.

변수는 역시 중국을 포함한 이사국 내부의 분위기다. 테러사건이 아닌 군사분쟁 사건을 놓고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많지 않은 탓에 추후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미지수다.

결의안 표결시 중국이 동의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찬반이 분산되는 표결(Split Vote)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차선책'으로 대북 결의안보다 격이 낮은 의장성명으로 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응수위가 낮아지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의장성명은 표결로 가는 결의안과는 달리 안보리 이사국들이 사전 문안협의를 거쳐 형성되는 컨센서스(Consensus)에 기반한다. 의장성명이 순조롭게 채택되기만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다.

다만 대응수위와 강도가 높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북한에게 실질적 조치를 가하거나 행동을 강제하는 '구속성'이 떨어지는데다 국내적으로도 응징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나올 개연성이 꽤 높다.

여기에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사전 문안 협의과정에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는 '물타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탓에 천안함 사건을 안보리로 끌고간 정부로서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든 측면도 있어 보인다. 대북 결의안으로 가자니 중국의 반대가 걸리고, 의장성명으로 가자니 대응수위가 약한 점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대북 규탄결의안을 일차적 목표로 추진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이사국 내부의 논의 추이를 봐가며 경우에 따라 의장성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쪽으로 구도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결국 안보리 무대에서 외교적 성패를 가를 최대 관건은 대중국 설득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천안함 대응을 둘러싼 '한.미.일' 공조전선이 양자외교 단계에서 안보리 공간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말 연쇄 양자접촉을 통한 대중국 설득작업에 사실상 실패했던 한.미.일이 무대를 안보리로 옮겨 중국을 상대로 '압박공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결의안 초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이사국인 일본은 우리와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상황에 따라 북한의 외교적 맞대응을 야기시켜 '한.미.일' 대 '북.중'간의 대립구도와 남북간의 정치적 공방을 야기시킬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천안함 사건 처리가 예상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안보리 무대에 오른 천안함 사건을 가급적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통상 안보리 회부이후 2주 안팎에서 사건이 처리됐던 전례에 따라 6월 안으로 절차를 종료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중국 설득이 여의치 않은데다 이란 제재결의안 채택문제가 안보리의 보다 중요한 핵심현안으로 부상해있는 터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