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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외교전' 새국면…안보리 수순밟기

입력 : 2010.05.30 16:38

중국 신중기조속 상황보며 입장 정할 듯…대응수위 놓고 '한·미·일' 대중 압박
당국자 "중국 중간지대로 들어서…분명한 진전"


'천안함 외교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천안함 정세'의 분기점으로 주목받았던 한.중 정상회담(28일)과 한.일.중 정상회의(29∼30일)가 주말을 거치며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의 이번 연쇄회동은 일단 큰 틀에서 보아 중국의 신중대응 기조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음이 확인된 무대였다.

객관적 조사결과와 국제사회의 여론을 등에 업은 우리 정부의 최고위급 대중 설득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원칙론을 거듭 표방하며 천안함 사건을 고리로 한 대북 제재흐름에 소극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중국측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특히 중국측이 한.중.일 공동발표문을 통해 '천안함 사태'를 언급하고 조사결과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나름대로 진전으로 볼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평이 나온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상대적으로 북한 쪽에 치우쳤던 중국이 중간지대에 들어섰다"며 "이는 분명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한.중 양국이 실질적 입장의 변화를 꾀했다기 보다는 외교적으로 '주고받은' 측면이 강하다는게 소식통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중국측은 한국의 시급한 당면현안인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적절한 대처' 입장을 표시하면서 시간을 벌면서 긴장상황을 누그러뜨리려는 기색이 느껴졌다.

우리 측도 중국의 '성의표시'를 의식하는 기류다.

정부는 대북 심리전 조치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반드시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한반도의 긴장악화를 우려하는 중국측의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조치이다.

우리측은 나아가 "장기적으로 6자회담 과정을 통해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나간다"며 중국측의 숙원사항인 6자회담 재개에 대해 화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의 현 스탠스는 여전히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당장 가시적인 입장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해 보인다.

이처럼 한.중.일 연쇄회동이 매듭되면서 천안함 외교전은 큰 틀의 전환점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 공조전선에 터를 잡은 양자 또는 삼자 차원의 외교적 노력으로는 중국의 입장을 변화시키는데 일정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외교의 무대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옮겨 다자적 노력을 전개하는 쪽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방향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금주중으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는 형식으로 유엔 안보리 회부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련의 외교이벤트들을 통해 대중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는 모양새가 일정정도 갖춰졌고 더이상의 지연은 모멘텀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 속에서 금주중 '액션'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천안함)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이번 문제는 우리가 다루어야될 확실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안보리 회부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중국이 방향을 전환하는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고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전포인트는 앞으로의 안보리 무대에서 한.미.일과 중국의 외교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여부다. 중국으로서는 앞으로 시간을 끌면서 국제사회의 여론동향과 한반도 정세의 추이를 충분히 파악한 뒤 안보리 공식논의 과정에서 '전략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의 스탠스로는 중국이 신중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막상 천안함 사건이 공식의제로 채택될 경우 기존의 입장에 유연성을 발휘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작용하고 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입장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이 큰 변수다. 러시아는 금주중 전문가팀을 보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중국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안보리 대응의 수위다. 현재 정부는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춰 북한을 규탄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대북 일반 결의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의장성명 카드도 거론되지만 국내정서나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일반 결의안을 일차적 목표로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우호관계나 동북아 정세의 악화를 우려해 대북 결의안 자체에 반대하거나 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고 아예 의장성명으로 대응수위를 낮출 개연성도 있다. 특히 중국은 의장성명을 놓고 문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응수위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국 사이에 상당한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있으나 미.중을 대립축으로 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내부논의의 향배에 따라서는 '정치적 타협'으로 인해 속전속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천안함 대응국면이 조기에 마무리되면서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