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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원'이 뭐길래

임찬종

입력 : 2010.05.25 13:56|수정 : 2010.05.25 13:58


교육 의원이 뭐길래?

아직도 88 서울올림픽의 감동을 기억하고 계신 분들 많을 겁니다. 텅빈 운동장으로 굴렁쇠를 굴려오던 소년, 관중석에서 펼쳐진 화려한 메스게임.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개막식 메스게임을 지휘한 이는 당시 서울의 한 교육청에서 근무하던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 황모씨였습니다. 황씨는 그 후로도 수십년 동안 그 날의 짜릿함과 아찔함을 여러 자리에서 털어놨습니다 "개막식 전날 메스게임에 쓸 도구가 준비가 안될 걸 발견한거에요. 그래서 여학교 하나를 섭외해서 밤새 만들어서 겨우 시간에 댈 수 있었어요. 아찔한 순간이었죠." 공적을 인정받은 황씨는 순탄하게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체육단체와 교육계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한 유명 시민단체의 간부도 역임했습니다. 이른바 물이 좋다는 '강남권 고등학교 교장 자리'도 최근까지 지켜왔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경력이고, 감탄할만한 관운이었죠.

문제는 황 선생님이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경력으로 보나 교육계 지명도로 보나, 황 선생님의 당선은 유력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생겼습니다. 경쟁 후보를 주저 앉히면 더 쉽게 이길 수 있으니까요. 검찰 주장에 따르면, 황선생님은 그래서 20여년간 알고 지낸 교육 의원 경쟁 후보이자 체육 교사 후배 A씨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A씨가 후보직을 사퇴하면 당선된 후 서울시 체육재단 국장으로 임명하겠단 제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고스란히 녹취가 돼서 선관위에 제보됐고, 선관위의 고발을 접수한 검찰은 황선생님을 구속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매수 시도 혐의로 구속된 첫번째 사례였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신 황선생님이 왜 그러셨을까요? 교육 의원 자리가 그만큼 환상적이기 때문일겁니다. 일단 주무르는 예산이 막대합니다.

서울시 교육의원이 되면 서울시 교육위원회 위원이 는데,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돈이 1년에 6조 3천억 원이나 됩니다. 권한도  막강합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시도 교육감 산하 교육기관을 감사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심야교습 금지 국제중 신설과 같은 교육청 중요 정책을 담은 조례도 마음만 먹으면 백지화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다 보니 유혹도 많습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 교육위원인 임모씨가 학부모로부터 고급 넥타이이와 현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고,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의 비리 사건과 연루된 의원들도 있었죠. (물론 공 전 교육감은 "100만 원은 뇌물이 아닌 줄 알았다"라고 주장했지만..) 잘 나가던 황선생님이 후보자 매수라는 중범죄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된 것도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러나 권한과 유혹에 비해 교육의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습니다.

아마 주변에 이번 지방선거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과 함께 '교육의원'을 선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분은 소수에 불과할 겁니다.

교육의원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아는 분은 더욱 드물 거구요.

잘나가던 교육자도 망가뜨린 교육의원 자리, 이 자리 앉는 사람들이 더는 딴 짓 못하게 선거 과정에서의 면밀한 감시와 준엄한 투표가 필요한 6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