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문 중복게재 논란, 정말 문제일까?
이달 초 서울대 총장후보 선출과정에서 교수들의 논문 중복게재, 또는 자기표절 문제가다시 불거졌습니다.
각축을 벌였던 세 후보 가운데 오세정 교수를 제외한 오연천 교수와 법대 성낙인 교수가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받았는데요.
선거가 끝난 뒤에는 득표 2위를 차지한 오세정 교수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이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서울대 총장후보로 나온 교수들이라면 학교를 대표하는 교수들일 텐데 이 교수들이 전부 다 중복게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만큼 중복게재가 만연한 걸까요?
만연해 있다면 큰 문제일까요?
문제는 중복게재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엄격하고 뚜렷해진 게 얼마 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서울대의 경우도 논문 중복게재, 인용방식 등을 명기한 '연구윤리 지침'이 마련된 지 아직 2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 7월)
또 이런 지침조차 없는 학교가 아직 많은 게 현실입니다.
굳이 지침을 말하지 않더라도, 90년대까지만 해도 교수들 사이에선 '논문 중복게재'라는 용어가 낯설 정도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잘못인지도 모르고 잘못을 저지른 경우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이제 와서' 문제 삼은 중복게재의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한 측면이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연구라도 연구의 성과가 더 나오거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면(자신의 기존 연구에서 발전된 연구라는 걸 명시하고) 새로운 논문을 쓰는 게 당연합니다.
A까지만 밝혀졌었는데 거기에서 A'와 A''에 대한 패턴이 추가로 밝혀졌다면 당연히 논문이 나와야겠죠. -> 이런 논문에 대해서도 중복게재 의혹이 있었습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똑같은 논문을, 별다른 인용표시 없이 두 가지 잡지에 싣는 문제입니다.
저는 여기서 '학술지'라고 쓰지 않고 '잡지'라고 썼습니다.
다른 학술지에 똑같은 내용의 논문을 새로운 연구인 것처럼 두 번 싣고, 두 번 연구비를 받았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겠죠.
바로 '단순 이중게재'와 '이중활용'의 문제인데요.
특히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 원로교수의 퇴임기념 논문집이나 각종 기념잡지에(엄격한 의미에서 학술지가 아닙니다. 학술지는 자체적인 연구윤리 심사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논문을 실어달라는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이럴 때 원래 어떤 학술지에 실었던 논문을 다시 옮겨 싣는다는 인용 없이 무심코 싣는 경우가 실제로 많았습니다.
앞서 말했던, '잘못인지 모르고 저지른 잘못'이죠.
하지만 이런 잘못까지 이중 게재, 자기표절이라며 연구윤리에 문제를 삼으면 엄밀히 따져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문제가 있게 되는 거죠.
기념 논문집에 글을 실어서 연구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연구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것도 아니니까요.
좀 더 엄격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가능할지 몰라도 당신의 연구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지진 않았지만 서울대 안에서는 이중게재 논란에 관심이 제법 컸습니다.
이번 기회에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교수들이 스스로, 과거엔 용인됐더라도 문제가 될 만한 논문게재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또 서울대는 연구지침을 개선하기 위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중게재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지침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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