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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탄가스' 자살이라고?

김수영

입력 : 2010.05.17 10:16

화성 5명 동반 자살 사건 취재


유난히 햇볕이 따뜻했던 지난 수요일 오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선배의 다급한 목소리, 화성에서 5명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고라도 난 건가? 관할 경찰서와 소방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해보니 남녀 5명이 차량 안에서 동반 자살을 했다는 것입니다. 차 안에서 화덕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연탄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보인다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또 '연탄가스' 자살이라고?

탤런트 고 안재환씨 죽음이후 유행처럼 퍼져버린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 바로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자살이라고 의심되지만 혹시 타살은 아닐까? 자살을 했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화성의 외딴 곳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1시간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공단지역이었지만 바다가 보이는 상대적으로 외진 곳이었습니다. 이미 현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였고, 취재차량들만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시신은 이미 근처 장례식장으로 옮겨졌고, 차량도 경찰이 견인해 갔습니다.

황급히 경찰이 차량을 견인해 간 곳을 수소문했습니다.  간신히 차량이 있는 곳을 알아내 가보니 차 안은 소주, 막걸리, 오징어 냄새가 뒤엉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처음 출동한 경찰 말에 따르면  발견 당시 차안 유리는 검은 비닐로 가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뒷문을 깨고 들어가보니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남녀가 자는 듯한 표정으로 숨져있었고, 뒷자석에 있던 여성 3명은 목이 딱봐도 숨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차 앞쪽 내비게이션 밑에 쪽지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경찰, 구급대 아저씨 시체 치우게 해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지문으로 신분 확인 안되면 제 바지 주머니에 주민등록증이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끊으면서 남을 걱정하다니...외진 곳이라 늦게 발견이 되면 시신이 부패해서 신원확인이 어려울까봐 쪽지를 남긴 것입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더 안타까웠습니다. 88년생부터 79년생까지...꽃다운 청춘인 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요?

경찰조사결과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치료 경력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만으로는 이들의 죽음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좀 더 취재를 해보니 이들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자살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반 자살을 주도했던 피 모씨는 이미 3년 전 자살사이트에서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지만 약속 장소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아 미수에 그쳤고,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밖에 나가기 보다는 방 안에서 컴퓨터 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차량 제공자이자 유일한 남성이었던 강 모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했지만 그 여성은 강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돈을 주고 합의를 했지만 상당히 괴로워했다고 하네요. 다니던 직장도 휴직한 상태였습니다.

다른 분들도 학교 휴학상태거나 무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장례식장에서도 화장장에서도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울음 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주변 친척들에게 그들에게 대해 물어봤지만 대부분 단편적으로 알거나 잘 알지 못했습니다. (직계 가족들에게 질문을 던지다가 험악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동반 자살을 유도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잡아넣으라는 유가족들의 절규가 귓가에 남습니다. 같은 날 강원도에서도 비슷한 자살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치 유행처럼 번져버린 연탄가스 자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 곳에서 자살을 한 이유가 '바다를 보면서 편히 죽고 싶어서' 였다는 그들의 말이 더욱 씁쓸하게 들립니다. 본인만 떠나버리면 끝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