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지폐 원판 발견 경위
솔직히 저도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학교 다닐 적 국사는 제법 한다고 했는데 말이죠. 대한제국 최초의 지폐인 호조태환권의 10량짜리 원판이라고 합니다.
1893년 고종 30년에 호조(재무부라고 할 수 있겠죠) 산하의 태환서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옥스퍼드의 한 경매장에서 경매에 부쳐지면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주 한국일보가 보도하면서 사람들에게 그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호조태환권은 50냥,20냥,10냥,5냥 이렇게 4종류가 제작됐는데요, 현재 50냥짜리 원판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10냥짜리가 발견됐으니까 20냥과 5냥짜리만 아직 행방불명중인 셈이 됐습니다.
물론 이 10냥짜리가 진품으로 판정된다는 전제하에 그렇습니다. 다행히 한국 사람이 이 10냥짜리 원판을 3만5천달러에 낙찰받아 소유는 한국 사람이 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한국 정부의 품으로 안길 수도 있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이 호조태환권 문제를 담당하는 법무관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법무관도 처음에는 이 존재를 몰랐다고 합니다. 미 국무부의 한국과장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경매에 새로운 물건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한국 정부가 소유했던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알려왔답니다.
그리고 유출과정이 불법적인 것 같고, 조사결과 그렇게 드러난다면 미국 법에 따라 한국 정부에게 이 물건이 반환될 것이라고 설명도 해줬다고 합니다.
경매 예정일 하루 전날 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하네요. 이 법무관도 답답해서 하루 남겨놓고,그 것도 금요일 오후에 연락을 받아서 바로 대응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당신네 일인데 서둘러라고 재촉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 법무관은 문제의 호조태환권 사진을 받아서 한국 문화재청에 전달해 진품 여부를 1차 판정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덕수 대사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했더니 한대사가 "우리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더니 직접 문화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둘러 판정을 내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후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돼서 문화재청측에서는 "물건을 직접 보기전에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 봐서도 일단 진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는 게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입니다.
이 법무관은 미 국무부 한국과장(쉐리 할러데이라는 여성)에게 이런 내용을 바로 설명해 주면서 고맙다고 했답니다. 그리고는 "솔직히 니네 나라 물건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나한테 알려줬느냐?"고 물어봤더니 아주 간결하고도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이라는 거죠. 공직자로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이 법무관은 전했습니다.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도 이 곳으로 치면 주말이라고 할 수 있는 금요일이었습니다. 귀찮아서 안해도 되고 다음주로 미뤄도 되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 긴급히 대응해야 한다며 알려온 이 한국과정의 자세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3만 5천달러에 이 귀한 물건을 낙찰받은 한국 분이 정부 차원에서 형사절차를 밟는 별도의 과정 없이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분의 돈 역시 귀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애국심이라는 부분에 기대고 싶어집니다. 한국 정부가 응분의 보상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고요. 한 미국 공무원의 철저한 업무정신에 따라 세상에 알려진 호조태환권이 무사히 한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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