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과정은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는 90년대 '국민주' 열풍에 버금가는 엄청난 열풍이 불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단기 부동자금이 돼 있던 뭉칫 돈 20조 원이 몰리면서 공모주 청약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몰린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지난 12일 상장 첫 날 공모가보다 5~9% 정도 비싼 시세 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상장 첫 날 거래대금으로는 가장 많은 1조 천 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상장 즉시 코스피 시가총액 4위, 금융주 1위에 오르며 '공룡주' 의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죠.
그런데 도데체 삼성생명은 왜 상장을 했을까요?
단순한 질문 같지만 삼성생명 상장은 90년대 후반부터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던 전략인데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상장을 할 때는 신사업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자금이 부족해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고, 이럴경우 대부분 신주를 많이 발행해 가급적 많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합니다.
아니면 기업의 대주주들이 기업을 그동안 성장시켰던 대가를 받기 위해 상장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지도 않았습니다. 목적이 달랐기때문이죠. 삼성생명이 상장한 것은 삼성차 사업을 접으면서 이 회장이 채권단에게 삼성생명 상장을 전제로 삼성생명 주식을 줬는데 이들에게 빚을 갚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동안 삼성이 채권단의 압력에도 삼성생명을 상장하지 못했던 것은 삼성의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었는데요. 이걸 해결해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특검입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사장이 편법 승계과정을 거쳐 에버랜드 대주주가 됐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른바 순환출자 구조였는데요. 만약 삼성특검 없이 삼성생명을 상장했다면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가치가 에버랜드 자산의 50%를 넘으면(당연히 넘습니다)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손자회사이면서 비금융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으면 불법이 돼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섣불리 시도를 못한 이유죠.
그런데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차명계좌를 찾아내서 공개하면서 당초 공식적으로는 삼성생명의 지분 4.54% 밖에 갖고 있지 않았던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화하면서 20.76%를 보유하게 돼 에버랜드 지분 19.34%보다 많은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이다보니 삼성생명이 상장을 하더라도 금융지주회사법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 거죠.
이건희 회장은 이번 삼성생명 상장 덕에 보유 주식만 8조 8천억원이 넘어 대한민국 주식부자 2위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주식 가치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생명 배당금만으로도 467억 원을 받아서 삼성전자의 배당금 375억 원보다 훨씬 많았는데요.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상장으로 삼성차 때문에 채권단에게 진 빚도 갚아서 삼성생명이 여러모로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 계약자들은 2007년 생보사 상장자분위원회에서 '모든 자본 이득은 주주 몫이다' 라고 결정하면서 한 푼도 이익을 보지 못했습니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삼성그룹은 이제 후계자 승계를 '합법적' 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말이죠. 만약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아들 이재용 부사장에게 넘길 경우 대략 이 부사장은 20조 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합니다.
주식가치가 떨어져야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아마도 그 시기는 삼성그룹 주가가 상당히 폭락했을 때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당분간은 이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넘겨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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