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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문 2년만의 트집

우상욱

입력 : 2010.05.12 10:14|수정 : 2010.05.12 16:23


오늘은 법이나 수사와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하려 합니다.

너무 답답해서요.

당 태종의 고사이자 조선 태종의 일화로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있죠. 태종(이세민이기도 하고 이방원이기도 합니다)이 다스리던 시절 어느 해 메뚜기떼의 피해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펄벅의 '대지'에서 보듯 메뚜기떼가 까맣게 몰려와 곡식을 남기지 않고 갉아먹어버린 것이죠. 현장시찰을 나갔던 태종은 살아있는 메뚜기 한마리를 잡아다 호통을 쳤습니다.

"백성들이 먹어야 할 귀한 양식을 갉아먹느니 차라리 내 창자를 뜯어먹어라."

그리고는 그 메뚜기를 산 채로 꿀꺽 삼켰습니다. 그러자 메뚜기떼의 피해가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설마 메뚜기가 태종의 꾸짖음에 놀라서 달아난 것이겠습니까? 태종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면 메뚜기를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겠습니까? 그저 백성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겠죠.

그런 수장의 모습을 보면서 관리들은 메뚜기 방제에 더욱 분발했겠고 백성들도 감동해서 스스로 메뚜기를 막기 위해 노력했기에 메뚜기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요즘 일부 보수 언론들이 2년 전 광우병 파동과 그로 인한 촛불집회를 문제 삼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무척 답답해집니다.

특히 C일보는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더군요.

여러 명의 인터뷰와 갖가지 통계, 여러 편의 관련 사설을 쏟아내고 있지만 요지는 간단합니다. '당시 광우병 파동은 일부 세력이 근거 없이 위험을 과장하고 부풀려 촉발됐고 이에 현혹된 많은 국민들이 따져보지도 않고 촛불집회라는 불필요할 뿐더러 오히려 사회파괴적인 행동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2년 전 당시 저는 광우병을 취재하는 담당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저 또한 관련 취재를 여러번 했습니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보도도 했고 너무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보도도 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C일보가 이제서야 새삼스럽게 지적하고 있는 사실들을 당시에도 대부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국내에 인간 광우병 환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때 많은 언론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은 다른 이유였습니다. 앞서 소개한 태종과 같이 국민을 목숨 같이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실망이었습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국민에게 애꿎은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만큼 좀더 철저하게, 꼼꼼하게 따졌어야 한다는 비판이었습니다.

한미 FTA를 비롯한 다른 현안을 위해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협상을 너무 소홀하게, 적어도 국민의 마음에 차지 않게 처리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미국과 협상을 벌여 국민들을 안심시켜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그런 국민의 바람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 절대적이고 중요한 교훈은 망각한 채 '당시 반대했던 정치인들도 미국산 쇠고기 잘만 먹더라', '그때 위험성 알리는데 앞장 섰던 전문가들이 요즘은 입 다물고 있더라', '차라리 청산가리 먹겠다던 연예인이 그 뒤 잘 못나가더라'라며 트집을 잡는 것은 좀 유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떻든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외면 받고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