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생 1인당 교육비 통계'의 치명적 오류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뭐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세상에 존재하는 3대 거짓말을 누군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통계엔 작성자의 의도가 반영되기 쉽다는 통찰로 풀이됩니다. 기자도 사실 통계와 주기적으로 씨름해야 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죠. 대개는 통계에 나타난 사회현상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까를 고민하지만, 통계 너머 깔려있는 의도를 취재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이 때 숨은 의도의 주인은 정부나 정부기관일 때가 많습니다.
지난달 30일 대학이 학생 1명에게 한해 투자한 돈을 나타내는 1인당 교육비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분석해 자료를 배포한 것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6개 전체 대학 평균은 979만 원이었습니다. 수도권 지역은 1,200만 원선이었는데, 지방대보다 3백만 원 이상 많아 지역별 격차를 드러냈습니다.
가야대는 억울하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교육비를 최고로 투자하는 대학과 최저로 투자하는 대학이었습니다. 포항공대는 학생 1인당 교육비로 한해 6,300만 원을 투자해 1위였고, 가야대가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죠. 1인당 연간 교육비로 불과 3백만 원을 썼습니다. 대부분 언론사가 이 부분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교육비 격차가 최고 20배나 된다는 거죠.
그러나 의문입니다. 학부생 1명에게 한 해 6,300만 원을 쓴다고요? 도대체 대학이 어떤 고품격 서비스를 해 주 길래 한해 평균 천만 원 가까운 돈을 학생 1명에게 쓴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학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보다 1.29% 오른 684만 원이었고, 8백만 원이 넘는 대학도 35곳이나 됐습니다. (연세대가 907만 원으로 처음으로 9백만 원을 넘어섰고, 이화여대와 홍익대 등이 5위안에 랭크 됐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학부생으로부터 한해 평균 684만 원을 걷어서 979만 원을 투자한다는 얘깁니다. 대학이 아니라 자선기관 수준 아닌가요? 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원생 지원금도 학부생 교육비에 포함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2010년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공개'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시죠. 학생 1인당 교육비란 어떻게 산출된 걸까요? 총교육비를 전체 재학생 수로 나눴다고 하네요. 총교육비엔 어떤 회계비가 포함되는지 봅시다. 교수봉급 등 인건비를 포함한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 발전기금회계 등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공사립 학교 모두 들어가는 회계가 있습니다. 산학협력단 회계죠. 산학협력은 주로 대학원 그것도 이공계 석박사 과정에서 주로 이뤄집니다. 당연히 외부 교수 연구비나 대학원생 장학금 같은 산학협력 지원금이 포함되는 거죠. 학부생 교육과는 무관한 돈입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많은 학자들이 이 회계가 학부학생 교육에 직접적으로 집행되는 돈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학협력단 회계는 주로 이공계 학과 설치여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집니다. 이공계 대학원이 활성화된 학교는 산학협력 규모도 크기 때문에 이 회계도 커집니다. 학부생만을 위한 총교육비 산출에 시작부터 왜곡이 생기는 것이죠. 결국 교육개발원의 이번 통계에서 총교육비는 계산법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따라서, 포항공대의 1인당 교육비 역시 가야대보다 20배나 높을 순 없는 것입니다. 포항공대에선 이공계 산학협력이 어느 대학보다 활발할 테니 말입니다.)

동전의 양면, 등록금과 교육비
총교육비 계산 착오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냐구요? 총교육비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는 것이 등록금이 적정한지 살피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1인당 교육비를 산출하는 이유 중엔 대학의 등록금 책정기준을 잡는 것도 포함됩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얼마나 쓰는지 투명화해서 이를 근거로 등록금을 받게 하자는 겁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싼지를 말할 때, 대학에 대한 공교육 투자를 빠뜨리긴 힘듭니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공교육비가 작은 나라에 속합니다. 지난해 OECD 30개 회원국 등 36개 나라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 비율은 4.5%로 OECD 평균인 4.9% 보다 낮았습니다. 반면 공교육비를 학부모 부담비율은 2.9%로 조사 대상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0.8%에 불과했습니다.
대학들은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등록금으로 학생들을 다 가르치느라 등골이 휜다고 주장합니다. 공교육비 투자가 적어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는 건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우리 국공립대와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각각 4717달러, 8519달러. 국공립 5666달러, 사립 2만517달러인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비싸야 할 이유는 있는 걸까요? 세계 100위 대학이 몇 개나 되는지 세기도 부끄러운 2010년 오늘, 우리는 대학평균 연간 등록금 680만 원 시대에 와 버렸단 것만 분명해 보입니다. 이처럼 뜨거운 논란 한 복판에 대학 1인당 교육비가 있습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보도자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이 있죠. 교육비와 등록금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할 소지가 큽니다. 엉뚱한 주장이 창궐할 가능성도 있죠. 내년 2월쯤 사립대들이 "우리 대학생들은 연간 970만 원대 교육 서비스를 고작 680만 원을 내고 다닌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엉터리 지표들이 쌓여서 부모님들의 등골에 도전장을 내밀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네요.
1인당 교육비가 거짓이 되면, 등록금은 싼 편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보도자료로부터 시작된 거라면 어떡하죠? 기자들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 같군요.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지 않도록, 보도자료(혹은 보도자료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쓴 기사)부터 똑바로 볼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