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판매해 400명 피해…일당 16명 적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령업체를 설립해 약 6천 500억 원 어치의 '딱지어음(부실어음)'을 유통시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이모(64)씨를 구속하고 공범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통현 산업개발'과 '철갑 종합상사'란 유령회사를 차리고 지난 2005년 10월부터 작년 2월 사이에 거래은행 2곳에서 발급받은 어음 535매를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판매해 15억~16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액면가 1천만~5천만 원 짜리 딱지어음을 장당 280만~300만 원의 헐값에 팔았으며, '바지사장'이 운영하던 유령업체 2곳은 어음이 팔릴 때까지 놔뒀다가 부도 처리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시중에서는 급전이 필요한 사업자들이 기업 어음을 사서 물품대금이나 부동산 대금 등을 치르는 데 쓰고 있으며, 현행법에서는 이런 어음 매매 행위를 처벌할 규정은 없다.
이렇게 팔린 어음 6천 500억 원 어치는 6~7 단계의 매매 과정을 거치다 발행자인 유령회사 2곳이 부도처리되면서 휴짓조각이 됐으며, 자영업자 등 400여 명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이 씨 등은 어음용지를 발급하는 은행의 의심을 피하고자 수억원의 자금을 계좌에 넣고, 약 1년 동안 장당 수백만 원의 소액어음을 발행해 30여 일 단위로 정상적으로 결제 처리하며 신용을 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거래은행한테서 '우량고객' 대우를 받자 가짜 어음사용 명세서를 내며 어음용지를 대량으로 받아갔으며, 은행 측은 서류만 믿고 용지를 발행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어음용지를 허술하게 관리한 은행도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물릴 근거가 없었다"며 "어음의 발행·유통 과정을 포괄적으로 단속하는 특별법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철갑 종합상사의 설립에 관여한 박모(71)씨 등 공범 2명을 지명수배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