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가능한 나무를 태워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는 나무를 참 많이 쓰면서 살아갑니다. 책상, 밥상, 의자 등등 가구부터 바닥재에 인테리어 재료 등등 말이죠.
그런데 이 나무의 90%는 외국에서 수입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벌목을 하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재활용입니다.
폐목재를 쪼개서 나무쪽을 만든 다음에 접착제를 뿌린 다음에 열을 가해서 꽉 누르면 ‘파티클 보드’라는 나무판이 되는데요. 싱크대에 쓰는 나무가 대표적이죠. 이렇게 재활용해서 만든 합판에 코팅지를 붙여 많이 씁니다. 작년만 해도 70만톤이나 되는 나무가 이렇게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이 파티클 보드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쪽, 목재칩이 씨가 말랐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이 나무재활용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을 찾아갔는데요. 국산 나무쪽보다 3배나 비싼 값을 주고 베트남에서 대체재를 사왔다더군요. 그것도 모자라서 전에는 쓰지 않던 뿌리까지 뽑아다가 찢어쓰고 있었습니다.
뿌리는 보기만 해도 새카만 것이 '저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료, 톱밥으로나 쓰던 것이라더군요. 하지만 원료가 없으니 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작년, '폐자원 에너지화'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 입니다. 대통령이 부르짖는 '저탄소 녹생성장'을 하려니 일단 석유와 석탄 사용량을 줄여야겠는데, 똑 부러지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버리는 폐기물 중에서 태울 수 있는 것은 찾아 태우자, 이런 정책을 세우게 된겁니다.
이 폐기물에 바로 '폐목재'가 들어갔던 것이죠. 원래 의미는 재활용 되지 않고 그냥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나무를 찾아서 에너지화하자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갑니다. 만들어 놓고 보니 또 화학물질이 코팅돼 있다거나 하는 질 떨어지는 나무를 불에 태웠다간 공기질을 떨어트린다는 이야기를 듣겠거든요. 그래서 재활용 가능한, 원목 수준의 나무만 태우도록 규정을 만듭니다.
이미 그 사이에 발전소나 제지회사들은 기름값보다 나무가 싸기도 하고, 정부가 하라고도 하니까, 나무를 태워서 열을 얻는 시설을 앞다퉈 설치하기 시작한 뒵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재활용 업체와 소각 업체들 사이에 멀쩡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폐목재를 놓고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거죠.
소각 업체들은 기름값 만큼은 '지를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 업체보다 더 돈을 쳐주고라도 물량을 확보하게 됐고, 반대로 재활용 업체들은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폐목재가 씨가 마르게 된 이유입니다.
대책 없이 정책을 세운 정부 잘못이 크죠. 석유와 석탄 대신 대체연료를 개발해 쓴다고 티를 내야 하는데 나무만큼 손쉬운 것도 없으니, 사실 정부는 뒷짐 지고 모른 척 합니다.
심지어 별 이상 없는 나무까지 톱밥으로 갈아서 펠릿이라고 만들어 보급하기까지 합니다. '산림청은 땔감청'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니까요.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멀쩡하게 쓸 수 있는 나무를 태워 없애다니요.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그리고 나서 태워도 늦지 않을텐데 말이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에너지 시설에 가스 흡입장치 등을 달아서라도 재활용이 안되는 수준의 질 떨어지는 나무를 때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은 벌목이나 조림을 할 때 덩어리가 크고 가공이 쉬운 몸통만 산에서 가지고 내려오는데요. 나머지 잔가지(라고 해봐야 상당히 굵더군요) 등등은 잘라서 산에 버리고 내려옵니다. 이 양이 나무의 3분의 1이나 되는데, 산에 쌓아두면 나무가 자랄 공간도 뺏는데다가, 바짝 말라서 봄철 산불이라도 나면 불쏘시개가 돼서 불을 키우기까지 합니다.
바로 이 나무를 갖고 내려오는 겁니다. 1년에 백 만 톤, 나무로 치면 5백만 그루가 이렇게 버려집니다. 업체들이 이 나무들까지 가지고 오는 것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난색이니까, 정부가 좀 보조를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실제로 이런 정책을 펼치고 있고요. 정책도 사람이 세우는 일이니 잘못 될 수도 있는 건데요. 잘못 된걸 알았다면 빨리 손을 보면 될 일입니다. 청와대 중점 추진 정책이니까, 이미 시작이 됐으니까, 이런 식으로 넘어가서는 발전이 없겠죠.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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