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희생장병 추모 속에 하늘도 울었던 날

장선이

입력 : 2010.05.04 10:18


◆ 끝없이 이어지는 추모행렬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됐습니다. 오후 1시가넘으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산도 없이 중계차를 타기 위해 시청광장으로 갔지요.

'이렇게 흐린 날씨에 과연 조문객들이 올수 있을까..' 라는 저의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100m 이상 길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조문을 하려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지만 아무도 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그렇게 저 먼 곳으로 가버린 용사들의 영면을 조용히 빌고 있었지요.

하늘도 울었던 것일까요? 희생장병 추모기간 내내 비가 내렸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청광장 분향소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 젊고 꿈많았을 사람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오빠랑 같은 나이인데, 이렇게 세상을 등지신게 마음이 아파서 왔습니다...."

"우리 아들이 천안함에 탔었어요. 꼭 조문이라도 하고싶었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흘 내내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전국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30여 만 명.. 모두 내 아들의 일인 것처럼, 나의 남편이자 동생의 일인 것처럼 안타까워했습니다.

분향소 주변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한사람 한사람 안타까운 마음을 적은 메모지들이 빼곡하게 붙었고, 광장 주변에 전시된 사진전에는 장병들의 생전 모습과 천안함 인양 과정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다시한번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한 조문객이 쓴 시가 마음에 와 닿아 적어 봅니다.


어제 내린 꽃비

                             정 명 성


솜사탕처럼

뭉게구름처럼

그렇게 피어나기 위해

모진 세월을 지났습니다.


올해도 꽃비는 내렸습니다.

예년에도 꽃비는 내렸습니다.

올 봄에 내린 꽃비

시리도록 처연 했습니다.


꽃잎은 꽃비 되어

바다위로 내려 앉습니다.

바다 위로 내린 꽃비

슬픈 바닷물색입니다.


꽃잎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

아빠의 이름...

남편의 이름...

연인의이름...

동생의 이름...

친구의 이름...

전우의 이름...

부하의 이름...

상관의 이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름의 이름이 있습니다.

떨어진 꽃잎에는 잿빛 혈흔이 찍혀 있습니다.

또 다시 저 꽂잎 꽃비 되어 내리는 날

나의 이름 나의 이름 꽃잎에 새겨 지겠지.


죽은 나뭇가지에 뭉게구름 피어오를 때면

어김없이 도지는 몸살

올 사월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몸살로 몸져 누웠습니다.



◆ 마음과 정성이 모여...

마음이 모이고, 성금도 모여 희생장병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시민과 기업, 단체가 낸 성금액이 3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 27일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인천 미추홀 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천안함 희생장병 성금 116만 원을 기탁했는데요. 이렇게 작은 정성들이 모여 250억 원에 육박한 돈이 모였고, 대기업들이 약정한 성금까지 환산하면30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하네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고원인이 규명된 뒤, 유가족과 국방부 등과 협의를 거쳐 성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가족들에 대한 직접 지원과 함께 성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재단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하네요.

또 기탁자 가운데 일부는 천안함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금양호 선원이나 故 한주호 준위의 유가족에게도 성금을 전달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안함 유족들은 이런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보상금을 받으면 1%씩 불우한 학생들을 돕는 기부 단체를 꾸려 장병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방안 등도 논의하고요. 또 국민들이 언제든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안에도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이 떠난지는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 추모열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천안함 46명의 용사,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잃은 故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 모두 우리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