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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서 70억날린 중소기업사장 중국집 종업원 전락

입력 : 2010.05.03 14:55


도박에 빠져 전 재산 70억원을 국내 카지노에서 탕진해 중소기업 사장에서 중국음식점 종업원으로 전락한 50대가 이번엔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3일 경기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방의 모 중국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나모(56)씨가 '도박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은 10년 전. 

경기도 화성에서 종업원 20여명을 둔 화학약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나씨는 2000년 10월말 강원도 정선에 강원랜드 카지노가 개장한지 사흘 후 이 곳을 찾았다가  일명 '바카라' 도박에 빠져들었다. 

카드 2장을 합친 숫자의 높낮이에 따라 돈을 따먹는 재미가 나씨를 붙잡은 것이다. 

호기심에 구경삼아 카지노에 갔다가 하루 만에 바카라 게임으로 3천만원을 잃었고 이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도박인생'이 시작됐다. 

그는 본전 생각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다음날 5천만원을 밑천 삼아 카지노를 다시 찾았지만 5~6시간 만에 이 돈마저 모두 날려버렸다. 

"카지노를 드나들기 전에는 상갓집에 가도 고스톱 한번 안했어요. 처자식과 주변 사람들한테 착실하다는 얘기를 듣고 살았는데 어쩌다가 제 인생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는지…"    
도박 외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던 처음 몇달은 아침 10시에  카지노가 문을 열면 다음날 아침 6시 폐장할 때까지 하루 20시간을 꼬박 도박만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도박에 빠지기 전부터 심장병을 앓아 입원 치료를 받아온 아내는 그가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도박을 향한 갈증은 나씨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아내를 잃고 나서도 매달 강원랜드를 찾았고 거래처에서 대금으로 준 어음도 카지노 근처에서 현금으로 바꿔 도박을 했지만 모두 날려버렸다. 

돈이 부족해지자 주변 사람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고 이렇게 3년 가량을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하다 결국 회사까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카지노를 드나든 지 5~6년만에 그는 서울 여의도동 집을 포함해 전 재산 70억원을 날리고 '빈털터리' 가 됐다. 

당시 회사원이던 큰아들은 친구 집에서, 지하철역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던 작은아들은 지하철역 사무실에서 쪽잠을 청해야 했다. 

자책감을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자살 시도까지 했다. 

"도박에 미쳐 하루 2억원까지 잃었었는데 한 4년을 호텔에서 살다시피 하니까 호텔 측에서 베팅금액 등에 따라 먹고 잘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데, 1~2년은 먹고 자도 될 만큼 쌓였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뜨인 나씨는 죽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박에 빠진 지 4년여 지났을때 강원랜드 인근에 얻은 집에서 옷걸이에 목을 맸는데 옷걸이 기둥이 하중을 못견디고 부서졌다.

약국을 돌며 수면제 120여알을 사 모았는데 남은 가족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6월께 호텔 방에서 농약을 마셨지만 호텔 직원에게 발견됐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한달 가량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한 그는 이처럼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그는 "농약을 마시고 방에 누웠는데 구역질이 나 죽기살기로 화장실까지 기어갔어요. 곧바로 구토를 해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나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방의 중국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해오다 최근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현지 카지노에  들렀 지만 결과는 이전과 똑같았다. 

경찰은 3일 나씨 등 필리핀 원정도박사범 31명을 상습도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