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나타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잇달아 만났습니다.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이었는데요. 김 총재와 금요일 저녁을, 윤 장관과 토요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특파원단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오는 11월 한국에서 G20정상회의가 열리게 돼, 이번 회의에서 두 사람 모두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결론은 똑같았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김중수 총재는 이런 예를 들었습니다.
"제가 총재가 된 지 얼마 안돼서 이번에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고 싶었습니다. 일정이 촉박해 힘들겠다 싶었는데요.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10개국 총재와 단번에 약속이 잡혔습니다. 과거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었죠.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그 쪽에서 별도로 요청을 해와 만나기로 했고요."
옆에 있던 실무자가 거들더군요.
"예전에 윤증현 장관위 금감위원장 시절에 버냉키를 만나려고 10번이나 연락했는데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윤장관이 '당신이 안 만나주면 나 잘린다'고 협박하다시피 해서 만난 게 겨우 10분 만났거든요.그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은 절로 어깨에 힘이 안들어갈 수 없네요"
다시 김 총재의 말입니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말이죠, 우리는 국제적인 규칙을 만들 때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로 rule settler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누가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았고 설사 물어봤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의견을 제시하기에 벅찼습니다.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리더쉽을 갖고 재무장관 공동 성명서를 만들어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규칙을 정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하여튼 선진 강대국들이 우리한테 의견 물어보고, 우리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것 들이 우리나라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에는 윤증현 장관의 얘기입니다.
"국제 회의가 진행중일 때 미국 재무장관은 웬만하면 양자회담을 안하는데, 이번에 가이트너 장관과 만났다. 회담장을 별도로 만들어 큰 성조기와 태극기를 같이 걸어놓고, 그 회담장에 들어서는데 아,우리 국력이 이 정도로 신장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번 회의할 때 사진을 찍어도 저와 김중수 총재가 늘 가운데 섰다. 다른 나라 장관들과 총재들이 그렇게 하도록 하더라."
윤 장관은 1970년대 우리나라가 한창 경제개발을 할 때의 경험담도 얘기했습니다.
"그 당시 경제관련 국제기구나 연구기관 사람들이 한국 근무를 다들 원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한테 우리가 잘 보이려고 정말 손 하나 까딱 않게끔 해줬거든. 보고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우리가 만들어 줬고, 점심과 저녁은 돌아가면서 새롭고 맛있는데 데려가고.. 밥만 사줬나?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술도 사주면서 우리 사정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요즘 우리가 다른 개발도상국들 가보면 한심한 데가 많다. 보고서도 없이 말만 장황하게 하는 데가 태반이다. 그나마 말레이시아가 좀 낫기는 하더라. 하여튼 그 당시 한국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다 잘됐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해서 이제는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으니 그 당시 한국에서 근무했던 사람들도 덩달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저 역시 자랑스러웠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미군 부대에서 나온 게 세상에서 최고 좋은 것인줄 알았습니다. 양담배, 초콜릿 등등.. 하지만 지금 미국에 와서 살면서 이 곳에서 만든 게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게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좋아지긴 한 것 같습니다.
윤 장관과 김 총재 모두 경제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크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 나라의 위상이, 두 사람이 강조한 이른바 국격이라는 게 경제적 크기로만 재단되지 않는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인지, 아직도 개발도상국인지에 대해서 아직도 분명한 규정이 없는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생활양식과 가치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발전 계획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쟁의 참화속에서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것 같던 초라한 나라 대한민국이 이 정도 성장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 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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