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풍력발전 시설을 보러 먼 바다로 나가는 날, 배를 보고 사실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위에 보시는 대로, '윈드캣'이라는 배를 타게 됐는데 스피드보트만큼 속도를 낸다면서도 나름 안정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배멀미는 한 번 하면 참 견디기 힘듭니다. 보기와는 달리 참 속이 약해서 헬기를 타고 취재를 나가도 멀미를 잘 하는 편이라, 그래서 저 정도 배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겠군 싶어서 좀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아, 역시 스코틀랜드의 'lovely renewable weather'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고 조금 나가는 순간 바로 배를 아래 위로 좌우로 철렁철렁 흔들어대기 시작하더군요. 이럴 땐 눈을 감고 차라리 잠이 드는 것이 낫다는걸 체감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의자에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모두 부질 없는 짓이었습니다. 한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달리는 사이 속은 이미 뒤집어진 상태였거든요. 카메라기자 설치환 군이 “야, 다왔다”라고 깨우는 순간 바로 화장실 내부구조를 확인하러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 배 앞 편에 가서 풍력발전 시설을 바라보는 모습을 잠시 촬영하고, 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가, 배 뒤편으로 가서 마이크 잡고 스탠드업을 하고, 다시 화장실로 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아,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을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었죠.(중국, 인도 취재팀도 함께 갔었는데 모두 카메라기자만 멀쩡했습니다.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컸던 것인지 원래 강인한 것인지, 여튼 좀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이거 뭐 스코틀랜드의 친환경 시설을 이야기한다고 해놓고 말을 하다보니 메스꺼웠던 이야기만 하고 있네요.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해상풍력 시설을 본 것은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육지에서 20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 그래서 수심이 40미터나 되는 망망대해에 높이 60미터짜리 풍차가 도는 모습이라뇨. 카메라 앵글에 꽉 들어차는 장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용이 더 감동적입니다. 이 시설은 유럽연합의 시범사업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해상풍력 시설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이 곳에 자연환경은 물 속에 물고기, 바다 위에 물새밖에 없지만, 그 작은 부분 하나에도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세심한 마음에서 진행되는 일이었던 겁니다.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자료에도 꼼꼼하게 환경을 챙긴다는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얻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또 국민들 자체가 그런 방식의 발전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일을 추진하는 쪽에서도 그런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선 우리 국민들이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 잘 못 깨닫고 있고, 보도를 제대로 못한 기자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이렇게 하고 3편을 매조지하려니 절반 이상 멀미한 이야기라 죄송스럽기까지 하군요 흠...4편은 좀 깨끗한 이야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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