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공식 블로그(blog.gmdaewoo.co.kr)에는 '제이 쿠니의 서울 이야기'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제이 쿠니는 GM대우에서 홍보와 대외협력 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입니다. 그가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개인적인 소회를 이 코너를 통해 종종 이야기합니다. 참고로 제이는 기자 경험도 있고, 변호사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제이 쿠니는 이 코너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의 <최근 언론 보도 관련,몇 가지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라는 글은 점잖은 편.
지난해 11월의 <시보레 브랜드에 대한 아무런 결정도 없습니다>라는 글에서는 "당신이 읽는 것을 전부 다 믿지는 마세요"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같은 달 <조선일보-또 하나의 잘못된 기사!> 같은 글은 상당히 도전적입니다. 이 글은 "Dear,조선일보. 도대체 언제쯤이면 GM과 GM대우에 관한 정확한 보도를 해 주실런지요?"로 시작하면서 중간에는 "기사의 매 단락마다 적어도 하나씩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참 쉽지만은 않을텐데 그런 일을 이뤄내시다니 축하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제이 쿠니의 해명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빈도가 최근 다시 늘고 있습니다.
올들어 대우자동차판매와의 판매 계약을 해지하고(대우자동차판매는 결국 워크아웃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옛 대우차 출신 고위 임원 2명을 해임한 데 이어 다음주 부산 모터쇼에서 GM의 시보레 브랜드 도입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추측 내지 분석 기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외부의 우려는 'GM대우가 GM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명제로 수렴됩니다. 하지만 제이 쿠니는 가장 최근 글에서도 'GM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든지, 'GM대우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든지 하는 얘기는 낭설에 불과하고 최근 단행한 한국인 고위 임원 해임도 시보레 브랜드 도입을 둘러싼 갈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이 쿠니의 블로그를 통한 이른바 열린(?) 소통에도 불구하고, GM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그런 의심은 언론 뿐 아니라 그동안 GM에 협조적이었던 GM대우 노동조합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결국 열린(?) 소통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형식에만 그쳤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단적인 예가 시보레 브랜드 도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입니다.
GM대우, 그리고 제이 쿠니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GM은 DAEWOO을 버리고 시보레(Chevrolet)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는, 표현 문화의 차이 - 또는 변호사라는 커리어에서 비롯되는 어법의 차이 - 라고 설명하는 건 충분하지 않습니다.
노조의 설명을 인용하면 지난 달까지만 해도 "언론이 앞서가는 데 이는 사실과 다르니 믿지 말라, 추후 노동조합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던 아카몬 사장은 최근 "DAEWOO는 죽은 브랜드다", "지금껏 DAEWOO로 수출했다면 회사는 망했다"며 브랜드 교체를 기정사실화했다고 합니다.
노조는 시보레 브랜드 도입과 외국인 임직원 문제를 올해 임단협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그동안 줄곧 견지해 오던 회사와의 협조 체제를 철회하고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협조관계의 노동조합과 적대관계의 노동조합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GM 미국 본사가 미국과 캐나다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 81억 달러를 조기에 상환한 데 이어 GM대우는 만기가 돌아온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 2,500억 원을 어제 상환했습니다.
지난해까지 GM대우를 괴롭혔던 유동성 위기가 다소나마 숨통이 트인 모양새입니다.
스스로의 설명대로 유동성 위기의 불을 끈 것이라면, 시보레로 새롭게 무장할 GM대우는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제이 쿠니의 얘기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여러 이해 당사자들에게 입증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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