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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희생에다 동강난 함체…"군 사기진작 시급"

입력 : 2010.04.16 14:16

"수뇌부 책임 묻더라도 일선장병 기 살려야" 시민·전문가 "철저한 침몰원인 규명만이 해법"


처참하게 동강 난 모습으로 체인에 매달린 채 떠오른 천안함. 후배들을 구하려 위험을 무릅썼던 한주호 준위의 순직. 모두가 무사하기를 염원했던 실종자들의 소리없는 귀환….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천안함 침몰 사건이 더이상 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참의장이 사건 발생 초기 49분 만에 첫 보고를 받고, 환자복 차림의 생존 장병을 인터뷰 장소에 내보내는 '군기 빠진' 군 지휘부에는 책임을 묻더라도 군 전체가 희화화되거나 매도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군 수뇌부는 줄곧 허둥대며 진짜 군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로 인해 일선 장병마저 사기가 꺾여서는 안 되는 만큼 군장병의 떨어진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해군동지회 이상철 사무총장은 16일 "가까이서 천안함 인양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게 한 것도 장병들의 사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장병들이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이나 누리꾼도 이 사무총장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식당에서 천안함 인양 장면을 TV로 지켜봤다는 대학원생 홍영화(30)씨는 "생존 장병에게 환자복을 입히고 기자회견을 해서 군의 사기가 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진 마당에 절단된 천안함을 보여준 것은 대한민국 군대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홍씨는 "실종장병 수십 명의 시신이 있었던 함미를 보며 군인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자존심이 천안함처럼 두 동강이 났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네티즌 홍우철씨는 "침몰 원인과 실종장병 수색을 두고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순직 장병 가족의 슬픔을 덜어주고 더이상 군의 사기를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윤창현 사무총장은 "나라를 지키는 조직인 군이 이렇게 희생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속상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착잡해했다.

천안함에 모든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지난 3주 동안 사건발생 시각을 확인하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릴 정도로 허술하게 대응한 군 수뇌부에 호된 비판이 쏟아졌지만 천안함 승조원을 포함해 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는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가 줄을 이었다.

동아대병원 김덕규 교수가 해군 홈페이지에 올린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라는 제목의 시는 실종장병을 일일이 호명하며 무사귀환을 '명령'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김 교수는 신분이 드러난 이후 '우리가 군에 애정을 보내야 할 시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에 대한 사랑과 격려를 당부했다.

군 수뇌부의 미흡한 대책과 구멍 뚫린 보고체계를 질타하던 정치권 역시 천안함 승조원의 뜨거운 전우애와 실종장병의 가슴 아픈 사연에는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지난 14일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침몰 당시 생존 장병들이 동료를 구조하기 위해 벌인 사투와 '잡채봉양'을 비롯한 실종자 가족의 의연한 대응을 소개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 의원은 "지금은 군과 해군에 따뜻한 사랑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며 "사고 발생 이후 보여준 국민의 모습은 성숙했고, 천안함 승조원들의 침착한 대응과 전우애를 보면 훈련이 잘된 해군이라는 생각"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군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은 침몰 원인을 철저히 밝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바닥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화재향군인회 김환영 사무처장은 "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뒤늦게 대응해 장병을 살리지 못한, 군기가 부족한 군인들이 있는 한 사기를 올릴 수는 없다"며 "군 스스로 문제를 가혹할 만큼 지적하고 통렬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장병의 사기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군인회 손종득 사무처장은 "군은 국민에게 모든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며 "당장은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기를 끌어올리고 순직한 장병을 애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계속 문제를 숨기는 듯한 군 당국의 태도가 군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며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신뢰를 회복하면 사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