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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오열→허탈…가족들의 잔인한 하루

입력 : 2010.04.15 21:54

인양 초기 긴장…'주검'으로 돌아오자 망연자실, "실낱 희망도 사라지고 참담…시신이라도 온전하길"


해군 2함대사령부 소속 초계함 '천안함' 승조원 중 실종됐던 44명 중 32명이 '주검'으로 가족 품에 돌아온 15일.

눈물은 마른지 이미 오래, 탈진상태인 가족들은 초조와 긴장, 오열과 허탈함을 반복했다.

사고발생 20일만에 차가운 물 속에 잠겨있다 굳은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과 남편, 형제, 조카를 맞은 가족들은 그토록 그리던 이름들을 한없이 부르다 쓰러졌다.

◇함미 인양(오전 9시∼11시50분)..긴장과 두려움

천안함 함미(艦尾) 인양이 시작된 이날 오전 9시 2함대 내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인양현장에 나가있는 가족 참관단과 휴대전화로 작업 진행상황을 문의하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양시작 10분만에 수면 위로 드러나는 함미를 초조히 지켜보던 한 가족은 "내 아들이 저 안에 있을 텐데.. 내가 여기에 있을 수는 없잖아"라며 발을 동동 구르며 통곡했다.

민평기 중사의 형 광기씨는 "대부분 가족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숙소 안에서 TV를 지켜보고 있다"며 "숙소 밖에 몇몇 가족들이 모여 인양 상황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모두가 긴장하면서도 아직은 차분해 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첫 시신 확인(낮 12시 40분).."혹시 우리 애가.." 오열 = "구조대가 함미 내부에서 승조원 시신 4구를 확인했다"는 소식이 임시숙소 내에 급속히 퍼지면서 숙소 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우리 새끼는 돌아오겠지"라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TV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이들은 낮 12시40분께 실종자의 '시신' 발견 속보가 처음 전해지는 순간, "어떻게..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부 희생자의 시신 발견 소식에 '우리 애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불안에 떨던 가족들은 외부 전화는 거의 받지 않고, 숙소 밖 출입도 삼갔다.

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참담하다. 숙소에 계신 가족들 모두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가장 불안한 것은 '우리 식구가 돌아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무겁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잇따른 시신수습(오후 1시∼8시)..망연자실 = 사고 20일만에 아들 서대호 하사의 사망을 통보받은 어머니 안민자씨는 쉰목소리로 "엄마를 버리고 먼저 떠나다니..아들아 살아 돌아와야지"라고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서 하사에 이어 곧바로 기관조정실에 근무하던 박성균 하사가, 바로 옆 사병식당에서 방일민, 이상준, 임재엽 하사 등의 시신이 연이어 발견되자, 가족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일이 지날수록 '혹시나' 하던 '희망'은 점차 사라져갔지만 "그래도..."라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가족들은 잇따른 시신발견에 허탈해 했다.

제대 1개월여 밖에 남겨놓지 않은 이상민 병장의 아버지는 "사고 이틀 전 '별일 없느냐'는 안부 전화가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라며 "부모에게 잘하는, 듬직한 장남이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시신 2함대 안치(오후 6시 10분∼ ).."편히 쉬거라!" = 오후 6시8분께 2함대 헬기장에서는 함미에서 최초 발견된 서 하사 등 3구의 시신이 든 영현백을 부여잡은 가족들이 설움을 토해냈다.

서 하사와 함께 도착한 방일민, 이상준 하사의 시신이 앰뷸런스로 부대 내 안치소로 운구되자 가족들의 통곡은 한동안 계속됐다.

가족협의회 이 대표는 "참담하고..먼저 올라온 분이 부럽기도 하고.. (시신을)찾지 못한 가족들은 더 애통하다. 희생자 모두가 '전사자'"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밤 늦도록 헬기편으로 속속 도착하는 주검은 대기하고 있던 운구요원들에 의해 영송병과 함께 의장대를 거쳐 앰뷸런스에 의해 임시 안치소로 옮겨졌다.

(평택=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