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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장지뱀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김범주

입력 : 2010.04.15 23:57


표범장지뱀이라는 동물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저도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도마뱀 비슷하게 생긴 '장지뱀'이라는 종류인데, 몸에 범무늬가 있다고 해서 '표범장지뱀'이라고 불린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 정도에만 사는데 자꾸 숫자가 줄어서 우리 정부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놨습니다.

그런데 이런 귀한 동물을 며칠 전 직접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 중류에 있는 도리섬이라는 작은 섬에섭니다. 그 섬에 있을거란 말은 들었는데, 크기도 작고 빠르기도 해서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는 안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에 가던 일행이 "여기 표범장지뱀이다"라고 소리를 치더군요.

"와...이런" 감탄사를 쏟아내면서, 멸종위기종에겐 미안했지만 화면에 담기 위해 잠시 손바닥에 올려놨었습니다. 사람이 원래 잘 오가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봉변'을 당해선지 작은 가슴이 벌렁벌렁 하더라고요.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는 얌전히 땅에 내려줬습니다.

하지만 이 표범장지뱀 앞에는 훨씬 더 가슴이 벌렁벌렁할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 섬에서 진행중인 4대강 공사 때문입니다. 4대강 공사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홍수를 막기 위해서 강 옆과 강 밑을 긁어내는 공삽니다. 물을 담을 길이 넓어지니 홍수의 위험성은 줄어들 수는 있을겁니다.

문제는 이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이 이렇게 깎여나갈 강변 모래밭에 주로 산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점은 이 동물이 이 섬에 사는지, 공사 전이나 공사 중인 지금이나 아는 사람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겁니다. 급히 온 공사 관계자에게 "표범장지뱀이라고 들어봤냐"고 물어봤더니 "'포범장지뱀'은..."이라며 뜸을 들이더군요.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상부에 취재진이 왔었다고 보고하면서 "기자가 뭘 물어보는데 뭔지 몰라서 보고를 못하겠다"고 했답니다. 보고를 받은 쪽도 표범장지뱀에 대해서 아는게 없으니 보도가 나갈 때까지 멍하고 있었구요.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보호 책임이 있는 환경부의 반응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사 현장이 넓고 날씨가 풀리는 만큼, 여기저기서 사전에 파악이 안됐던 멸종위기종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  때마다 나름대로 보호대책을 세우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변명일 뿐이었습니다. 현장에는 환경이나 생물과 관련한 어떤 전문 인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심지어 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카메라로 증거를 잡은 상황에 대해서 나중에 거짓 해명자료를 내놓기 일쑤였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세운다고 해명했지만, 문제 자체를 발견하기 싫은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더군요. 그리고 문제가 생겨도 사실 대책도 부실하게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이슈가 된 단양쑥부쟁이 문젭니다. 단양쑥부쟁이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남한강 중류에만 사는, 역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식물입니다. 그런데 4대강 공사 초반에 몇 안되는 자생지를 포크레인으로 갈아엎다가 언론에 적발된 뒤에, 정부는 이 꽃을 전문가를 동원해 대체서식지로 옮기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건, 어떤 화훼농장에서 일용직 아주머니들이 와서는 무슨 꽃인지도 모르는 채, 멸종위기종을 잡초 뽑듯 뽑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현장에는 감독하는 건설업체 관계자 뿐이었구요. 대책은 그냥 대책이었을 뿐이란 말입니다.

멸종위기종 현황도 파악을 안 해, 보호대책을 세워도 그냥 말뿐이고, 언론에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합니다. 정부는 최대한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 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 공사가 '강을 살리는' 공사라고 아무리 대국민 홍보를 한들, 이렇게 이미 살아있는 귀한 생명도 어처구니없이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요. 도리섬에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