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부터 함미 인양까지
15일 오전 9시 실종자 44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 되는 함미 인양이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함미가 인양되기까지 21일간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던 46명 실종자 가족의 행보를 정리했다.
◇평택 2함대 집결 =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사고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천안함이 소속된 평택 2함대사령부 해군1회관 '천안함 실종자 가족 대기소'로 속속 도착했다.
해군1회관 프런트에서 실종자 명단에서 아들, 남편의 이름을 확인한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비보가 믿기지 않는 듯 오열했고 일부 어머니는 실신하기도 했다.
해군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천안함과 동급인 성남함을 긴급 배치해 실종자 한 가족당 2명씩 모두 92명을 태우고 출항했다.
사고현장으로 가지 못한 나머지 가족들은 부대 내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구조소식을 기다렸다.
◇가족대책협의회 구성 = 구조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달 29일 '실종자 가족 대책협의회'를 구성, 정부와 군 당국의 적극적인 실종자 구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종자 가족대표 46명은 이날 오전 회의를 통해 남자 셋, 여자 셋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만들고, 사고현장에서 진행 중인 구조활동을 군이 매시간 브리핑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어 31일 쏟아지는 취재요청에 체계적인 브리핑과 기자회견의 필요성을 느낀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최정환 중사의 자형인 이정국 씨를 대표로 하는 새로운 가족 협의회를 꾸렸다.
이 대표는 이날 가족협의회 구성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실종 장병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 실종자 가족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전달했다.
◇눈물 속 생존장병과 면담 = 지난 3일과 7일 남기훈, 김태석 상사가 시신으로 발견된 가운데 8일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 장병과 면담했다.
앞서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실종 장병의 평소 군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려는 차원"이라며 생존 장병 기자회견이 있는 7일 오후 면담을 요청했다.
군 당국은 생존자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해 하루 뒤인 8일 평택 2함대에서 만남을 갖게 했다.
실종자 가족 59명은 생존 장병 39명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이를 보던 생존 장병도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 면담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식들이 충분한 구조도움은 받았는지, 시스템의 문제나 억울한 부분은 없었는지 등 그간 궁금증과 풀리지 않는 의혹들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고비 때마다 중대 결단 = 실종자 가족들은 천안함 침몰 후 21일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고비 때마다 의연한 결단을 내려 국민의 진심 어린 박수를 받았다.
첫 번째 결단은 지난달 30일 수중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해군 UDT 한주호 준위의 순직과 함께 잠수대원들로부터 물속 작업 여건이 매우 나쁘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전격적으로 내려졌다.
위험한 구조작업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지난 9일에는 함체 절단면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보해 지지부 진하던 군과 민간업체의 인양작업에 힘을 실었다.
가족협의회는 "함체 절단면의 외부 공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절단면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가족들은 일부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인양작업이 더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2일 또 한 번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인양 관계자로부터 이날 오후 "함미를 수심이 낮은 곳으로 이동시키려고 하는데 가족 동의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내부 논의 끝에 동의했다.
◇천안함과 같은 구조 '영주함' 방문 = 실종자 가족 80여명은 13일 평택항 기지에 정박 중인 영주함(1천200t급)의 내부를 둘러보며 아들의 군 생활을 되짚어봤다.
영주함은 침몰한 천안함과 규모, 구조 등이 거의 동일하다.
이번 방문은 "아들·남편이 어떤 곳에서 근무했는지 보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영주함 부사관들의 안내를 받아 배 전체를 구석구석 돌아본 가족들은 생각보다 훨씬 작고 열악한 환경에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승조원실의 3층 침대는 옆으로 누우면 어깨가 닿는다"며 "이런 곳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탄식했다.
◇장례위 구성.독도함 이동 = 함미 인양 하루 전인 14일 실종자 가족은 그동안 쉬쉬하던 장례일정과 절차를 본격 논의하기 위해 나현민 일병 아버지 재봉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이날 인양 및 실종자 수색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장례위원 3명을 포함한 가족대표단 10명을 독도함으로 파견했다.
나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유해를 안전하게 평택으로 데려오는 일"이라며 "해군이 시신을 안전하게 수습하는지를 독도함에 있는 해상팀이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기간은 실종자 예우 등의 문제를 군과 협의한 뒤 결정 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실종자는 전사자"라는 실종자 가족의 뜻을 거듭 강조하면서 "함미에서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는 피폭 충격으로 인한 산화자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함미 인양..타들어가는 마음 = 군과 민간 인양팀은 15일 오전 9시 함미 인양을 시작했다.
함미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임시숙소에서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실종자 가족들은 TV 앞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간간이 깊은숨을 몰아쉬면서 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함미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정환 중사의 친형인 춘환씨는 "어제 인양 마지막 단계인 세 번째 체인이 연결된 이후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면서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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