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상대 비교론에 백조론까지 동원
우리 정부의 세심한 준비와 끈질긴 설득이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빠른 속도로 탈출할 만큼 튼튼한 기초체력(펀드멘털)을 가졌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관료들의 치밀한 전략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평소 무디스뿐만 아니라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신용평가사들과 '핫라인'이라고 해도 좋을 연락망을 구축해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한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달 무디스측이 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협의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에 대한 각종 오해를 풀 수 있는 방어논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자료를 근거논리로 준비했다.
또한 지난달 말에는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이 직접 뉴욕을 방문해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적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측이 준비한 논리는 절대비교론과 상대비교론이었다.
절대비교론은 한국의 현재 경제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나은데 왜 그 이전 수준의 신용등급으로 복귀할 수 없느냐는 점을 따지고 든 것이다.
상대비교론은 근래에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진 나라나 우리나라와 같은 등급에 있는 국가에 대한 면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다고 설득한 것을 말한다.
허 차관은 "이런이런 나라는 우리보다 재정 등이 훨씬 못한데 왜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와 같은 등급에 있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국 신용등급을 논할 때 항상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여기에는 '백조론'이 동원됐다.
'백조는 하얗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검은 백조'가 생겨난 것처럼 가정해 등급을 매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점을 역설한 것. 정부는 미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자료를 준비해 북한 리스크를 따질 때 가장 실현가능성이 큰 시나리오에 비중을 둬야 하고, 상황을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볼 필요는 없다고 역설했다.
허 차관은 "한국의 계획대로 평화롭게 남북문제가 진행된다면 통일비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6자회담에 참여하는 관련 당사국의 공통된 견해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며 "북한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무디스와의 연례협의 직후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에게 시장의 반응을 정리한 편지를 보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정부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 이후 시장이 굉장히 차분하게 반응했다"며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투자자들도 계속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산 부분이 등급 상향에 충분히 감안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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