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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행

장선이

입력 : 2010.04.12 14:35|수정 : 2010.04.12 17:04


◆ 1박 2일... 슬픈 동행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을 태우고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으로 떠나는 길…. 제 마음도 몹시 무거웠습니다.

그날밤 장병들이 탔던 배와 똑같은 배..1200톤 급 부천함에 올랐습니다. 

시커먼 바다는 그날 밤처럼 거칠게 뛰었습니다. 배를 집어 삼킬듯이 말이지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이 시커먼 바다 밑 어딘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테지요.

◆ "내 아들 어디에 있었나요?"

 배 안에 도착한 가족들은 내 아들이, 내 손주가 어디에 탔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해치문에 밀폐장치는 잘 돼 있는지, 혹여 물이 새들어가지는 않는지...

만져보고 닫아보며 배 어딘가에서 숨쉬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겁니다.

생전 처음보는 좁다란 배의 내부구조.

고개조차 똑바로 들수 없는 갑갑한 3층 침대에 불편히 몸 뉘어 생활을 했을 생각을 하니,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나현민 일병의 어머니는 취사병이었던 아들이 있던 식당이 제일 궁금합니다.

5평 남짓한 조리실에서 땀흘리는 아들이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정신차리겠다며 '해군'에 지원한 늠름한 나 일병.

5월 1일 제대하는 이용상 병장은 휴가를 열흘 남짓 남기고 변을 당했습니다.

사고 전날 아버지에게 전화해 잘 있다고 안부을 전해온 이 병장은 갑판부 후타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가 실종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가 좋아 해군에 지원했습니다.

5월에 제대하면 해외 무전여행을 가고 싶다며 배 안에서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던 기특한 큰 아들.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기가 너무나 힘들었다는 아버지...

살아있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제발 곁으로 돌아만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 잠 못 이루는 선상의 밤...

밤 9시. 야식 먹을 시간이 지나면 함대에 있는 장병들은 취침에 들게 됩니다.

하지만 9시가 넘어도 10시가 돼도 가족들은 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바로 그 시각,  이 곳에서 시커먼 바다밑으로 가라 앉았을 아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않는 모양입니다.

가족들은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먼저 헬기를 타고 수색작업을 보기위해 백령도로 출발했던 가족 대표단과 만났습니다.

현재 수색작업이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 해군출신 가족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직접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봅니다.

모두가 지치고 힘든 상황이지만, 서로 힘을 북돋워주며 밝게 인사를 건넵니다.

◆ 주검이 돼 돌아온 '남기훈 상사'

다시 제2함대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또 한번의 슬픈 소식을 접했습니다.

남기훈 상사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생존 가능 시간이라고 여겨졌던 69시간이 지나고서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가족들은 다시한번 마음이 무너집니다.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을 맞닥뜨린 가족들. 함정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24시간의 긴 취재를 마치고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더군요.

힘내시라는 말 조차 미안할 정도로 말이지요.

◆ 가장 힘든 취재

가족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이 어떤 줄 아십니까? 이제 우리는 시신이라도 돌아와서 울 수 있는 가족들이 부러운 심정입니다."

점점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는 취재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 마음을 곁에서 느끼기에 마이크를 들이대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들이 저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어머니에게 "기분이 어떠세요..?" 라고 묻는다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니까요….

결국 제대로 인터뷰도 못하고 돌아왔지만, 후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