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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모멘텀' 선거 민심 어디로?

박진호

입력 : 2010.04.12 07:41|수정 : 2010.04.12 08:34

한 전 총리 무죄 선고의 지방선거 파장 분석


답답하기만 하던 야당 관계자들의 얼굴 표정에 갑자기 화색이 돕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에 민주당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기다렸던 배'가 들어온 것처럼 당 사무국과 직원들도 '웅성 웅성' 바빠졌습니다.

그동안 도무지 분위기가 뜨지 않았던 6.2 지방선거의 이른바 '선거판'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이 듭니다.

천안함 침몰로 인해 한동안 모든 정치 이슈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여당 입장에선 악재가 분명했던 천안함 사고는 더 큰 악재였던 불교 외압의혹과 MBC 장악의혹을 묻어버린 셈이 됐으니, '참 알 수 없는 게 정치'라는 누구의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결과가 지방선거 정국의 시발점 역할을 하게 됐으니 이것 또한 아이러니 입니다.

전통지지층 결집?  호재 맞은 민주당

대책없고, 밀리기만 하던 민주당은 호재를 맞았습니다.

한명숙 재판이 검찰을 동원한 정치 공작과 야당 탄압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민심이 출렁일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재판부의 판단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 총리는 더 극적인 피해자로 부각됐습니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민주당은 판결 직후부터 연일 사자후를 날리며 '표적수사' '정치보복' 구호 속에 기선 잡기에 나섰습니다. 내친 김에 그동안 올스톱 됐던 서울시장 선거 준비도 본격화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가장 반가운 것은 이번 판결로 용암처럼 끓고 있던 내부 갈등을 잠재울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한 전 총리가 유죄를 받을 경우 선거 승리 가능성에 회의론이 부각되면서 정세균 대표에 반감을 가진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잠재적 주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이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컸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수도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처럼 '반 MB 정서'를 다시한번 자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뿐 아니라 수도권으로도 표심의 파장이 번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숨죽이며 이번 판결을 기다려 온 것도 같은 계산이겠죠.

'한 전 총리의 본격 선거행보가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맞물리면 다시 한번 '진보의 태풍'이 불 수 있다. 그것은 지방선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이런 시나리오야 말로 야권이 내심 기대하는 줄거리입니다. '무능한'야당은 반전의 기회를 맞았고, 당 지도부의 불안한 리더십은 일단 지방선거를 끌고갈 명분을 찾았습니다.

민주당은 이제 정치를 방관하던 전통적 지지층의 귀환을 기다립니다.

'게임은 이제부터..' 만만찮은 남은 변수들

하지만 이제부터의 게임은 만만치 않습니다. 여의도 입담꾼들은 '이제야 겨우 그럴듯한 대진표가 짜여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1심 선고 이후 선거일까지는 두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여권이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은 어떻게 보면 충분합니다. 한 전총리의 무죄선고가 '오세훈 대세론'을 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한나라당에 악재일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싸워야 큰다'는 정치권의 속성상 나경원, 원희룡, 김충환 의원등 다른 후보들의 치열한 도전은 오히려 경선 흥행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안함 정국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도 변수입니다. 선거와 가까운 시점에 천안함이 인양되고 북한 관련성이 더 부각되면 보수층의 결집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 이 문제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이 선거 바람을 잦아들게 하면  야당에게 가장 불리한 '조용한 선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서울시민들의 선택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민주투사지만 행정가의 이미지는 약합니다. 아직까지 서울시정의 비젼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재판은 적어도 보수층에게는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을 의심케하는 인상을 남긴 것도 실질적인 부담입니다. 

'게임은 이제부터..' 야당은 이제 링에 오른 것 뿐이라는 분석은 바로 야당에서 나옵니다.

선거에 이기려면 정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야권, 그리고 이제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있는 여권, '민심은 감정적인 것 같지만 냉정하고, 가벼운 것 같지만 무겁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는 쪽이 표심을 잡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