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홀씨 대출, 미소금융, 보증부 대출..' 지난해부터 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이다.
은행권 희망홀씨 대출이나 저신용자.저소득층의 자활자금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은 전체 대출규모가 각각 2조 원 수준인데 비해 최근 발표된 지역신용보증재단(이하 지신보)을 통한 서민금융회사 보증부 대출은 사업규모가 총 10조 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선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과 금리를 낮추자는 정책적 취지에는 공감하나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의 지원대책을 남발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금융회사 혹은 보증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출 권하는 정책..곤혹스러운 금융회사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증부 대출 사업 추진을 계기로 서민금융회사의 저신용자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대출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1조 원의 재원을 지신보에 출연하는 데다 공적 보증기관이 대출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을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목표는 대출금리가 49%에 육박하거나 혹은 그 이상인 대부업 시장을 연 10%대 금리를 적용하는 보증부 대출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1만5천여 개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규모 5조9천억 원에 비해 정부가 목표로 한 보증부 대출규모는 70%나 많다. 희망홀씨 대출, 미소금융, 지역희망금융 등 각종 저신용자 금융지원 대책까지 포함한 대출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2.5배에 달한다.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등한시했던 저신용자 대출을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대출수요에 비해 규모가 지나치게 커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서민지원을 강조하며 과도한 규모의 저신용자 대출을 의무화하자 금융회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신보에 1조 원을 출연하고 5년간 약 200만 명에게 총 10조 원을 대출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된 상호금융회사(신협.새마을금고.농수협.산림조합)와 저축은행들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신협 관계자는 "정부가 워낙 강하게 저신용자 대출을 종용해 물러날 곳이 없었다"며 "비과세예금의 일정비율을 출연해야 하는 단위조합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로 단위조합이 농촌지역에 있어 저신용자 신용대출 수요가 많지 않은 농협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상호금융회사 단위조합과 개별 저축은행의 지신보 출연을 강제하기 위해 지신보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논리로 설득하기보다는 '관치'를 무기로 서민금융회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심사없는 대출 남발 우려..도덕적해이 조장
정부가 대출실적을 주기적으로 챙기면 서민금융회사들은 실적을 채우려고 적절한 심사절차 없이 대출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 서민금융회사들은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이나 저신용자 대출상담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대출했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해도 대출금액의 80~85%를 지신보가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일반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는 낮다.
게다가 정부는 서민금융회사가 지신보와 협약을 맺고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고 사후에 보증청구하는 방식을 택해 대출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보증대상을 신용도 6등급 이하이거나 저소득계층(차상위)인 자영업자, 근로자, 농어업인 등으로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다.
신용위험평가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이 나가고 대출을 받은 사람도 반드시 갚을 필요 없는 자금이라는 인식을 하게 돼 도덕적해이가 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보증부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실화하면 지신보의 부실로 이어진다. 정부는 연체율을 10% 정도로 추정해 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서민금융회사의 추가 출연을 강제하게 될 수도 있다.
서민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 대출금리가 49%인데 비해 보증부 대출은 11%대라서 이자부담 측면에서도 대출 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고질적인 농가부채 문제나 2003년 가계신용 대란에서 알 수 있듯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빚을 지게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긴급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에는 빚을 지게 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공적부조 형태나 사회안전망을 통해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서민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줘도 빌린 돈으로 할만한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게다가 고용률도 낮아 돈을 빌려서 갚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기업과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서 미소금융 등에 출연하게 하느니 투자와 고용에 돈을 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