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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생태계 망치는 샛길 등산

송인호

입력 : 2010.04.06 16:48

무분별한 샛길 등산으로 망가지는 산림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던 지난 4일. 일요일을 맞아 북한산국립공원에는 오전부터 등산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취재에 나선 기자도 모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봄의 정취와 산의 정기를 마실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의 정규 탐방로(국립공원지역은 등산로라 불리지 않고 탐방로라 합니다.)는 74개지만, 이 탐방로를 이용하지 않고 샛길로 드나드는 등산객들 때문에 국립공원이 훼손되고 망가지는 장면을 취재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샛길 이용금지 경고문이 붙어있고, 로프로 샛길 진입을 막아놨지만, 이를 뛰어넘어 샛길로 들어서는 등산객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샛길을 이용하면 자연공원법상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등산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샛길이 북한산국립공원에 얼마나 될까요? 

정규 탐방로의 5배인 365개나 됩니다. 정규 탐방로와 샛길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산을 605개로 쪼개는 꼴이 됐습니다.  605조각에 대한 평균 면적은 약 0.13㎢로. 이는 두더지가 서식하는 생활환경인 2㎢, 다람쥐 생활권 3.9-6.8㎢에 훨씬 못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마디로 샛길로 조각조각난 산은 다람쥐와 두더쥐도 생활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얘기입니다.

샛길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샛길은 숲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등산객들은 한적하고 호젓해서 샛길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숲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우선 사람이 밟고 다닌 샛길은 단단해지는데 이 땅에는 씨가 발아할 수 없습니다. 또 지반이 약해진 땅은 파이는데 비가 와서 토양이 침식되면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 말라죽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국립공원과 인근 산림의 샛길 주변 곳곳에서 이렇게 말라죽은 고목들이 수두룩했습니다. 한 해 8백만명이 다녀가는 북한산국립공원은 등산객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한 동식물들은 지옥입니다. 

샛길의 생태학적 영향을 연구한 강혜순 성신여대 생물학과 교수는 "샛길은 자생종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해 외래종이 이를 대신하면 자생종에 의지해 살던 동물들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며 결국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샛길은 숲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숲 생태계에 치명적인 샛길이 전국의 유명 산에 얼마나 되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립공원지역은 그나마 단속반이 수시로 단속하고 정기적으로 샛길을 정비해 사정이 나은편입니다. 산림청이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산은 샛길이 얼마나 있는지 현황파악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또 국립공원과 달리 국유림이나 공유림지역은 샛길 이용시 과태료 규정조차 없어서 샛길이 그냥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자가 취재한 수락산공원지역도 9개의 지정 등산로가 있지만, 능선으로 올라가면 수십개의 샛길이 나 있었고, 샛길마다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나 고사직전의 나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생명의 숲을 죽음의 숲으로 만드는 샛길 등산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샛길 등산 해결 방안은?

등산객들은 대부분 샛길이 숲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따라서 산을 관리하는 공단이나 산림청,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샛길 이용을 자제해줄 것을 등산객들에게 알려야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또 한해 8백만명, 주말 평균 수만명이 오가는 북한산국립공원지역은 사람에 밟혀 등산하기조차 힘든 환경입니다. 산이 감당할 수 있는 등산객 수를 조사하고, 이 산에는 몇 개의 등산로가 필요한지 과학적으로 조사를 해서 숲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숲을 이용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야 합니다.

계속해서 산에등산객들로 과부하가 걸리면 휴식년제 등을 실시해 숲이 복원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전국의 국립공원 지역을 포함한 유명산의 샛길 현황을 파악해 꼭 필요한 샛길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샛길은 정비해서 숲의 황폐화를 막아야합니다. 

숲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숲에 사는 모든 동식물을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가 산과 숲을 망가뜨리면 결국 우리 인간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것이기에 건강한 숲을 가꾸고 유지하기 위해 샛길 등산은 하지 말아주시기를 1천5백만 명의 등산객들에게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