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연 초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것은 늘상 해 왔던 일이기때문에 별다를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발표한 자리가 좀 그렇습니다.김중수 한은총재가 첫 공식 행보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소식이기때문인데요.
한은총재가 첫 공식행보로 재정부 수장을 만났다는 것도 그렇지만 여기서 나온 화두가 성장률이었다는 것에 한은이 달라지고 있다는 아니냐는 인식까지 시장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드리면 한국은행이 법에서 명시적으로 부여받은 최우선 과제는 물가안정입니다.
한국은행 사람들이 경제가 성장할 때 경기과열 걱정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고 이때문에 이성태 전 총재 때는 정부와 견해차이도 자주 드러냈죠.
하지만 김중수 총재와 윤증현 장관의 첫 공식회동에서는 경기과열이나 이른바 출구전략에 관한 이야기는 아예 하지 거론되지 않았고 대신 정책공조와 경제성장률 상향조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는데요.
오는 12일 한국은행이 내놓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안도 당초 연 4.6%에서 정부 전망치와 비슷한 5%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러자 시장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던 한은이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성장위주 정책에 힘을 보태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장기간 금리 인상은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중수 총재는 한국은행을 미국 중앙은행인 FRB처럼 경제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쪽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문제는 이럴경우 중앙은행과 정부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는데 있습니다. 정부나 여당은 원래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중시합니다. 이걸 부각시키길 좋아하고 혹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훗날 나타나는 것이기때문에 낙관적으로 해석하며 파장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의 카드대란이 그랬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세계 각국 정부가 자산 거품에 대해 취했던 입장이 그랬습니다.
물가불안은 당장 나타나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성장에 치중한다고 해도 그 여파는 1~2년 뒤에 물가불안과 자산시장 거품으로 나타나죠. 그러나 한 번 오른 물가는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다시 짚어넣기 아주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만이라도 가끔 발목 잡는 이야기를 하면서라도 1~2년 뒤의 물가불안을 미리 걱정하고 대처하라고 하는 것인데요. 만약 한은마저 성장에 치중할 경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경제에는 거품이 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성태 전 한은총재가 이임사에서 한은과 정부 사이의 관계를 규정했던 말이 있습니다.
바로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인데요.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전 총재의 이런 입장때문에 정부와 불협화음이 많았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이부동 대 찰떡궁합, 지금으로부터 1~2년 뒤 우리 경제에 나타날 현상을 보면 과연 어떤 입장이 옳았던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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