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외고가 20억원이 넘는 찬조금을 모금해온 사실이 드러나 고질적인 찬조금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일 서울시교육청의 대원외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가 2007∼2009년 3년간 모은 찬조금은 21억2천여만 원에 달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사용내역 역시 도덕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스스로 마련해 건네준 돈"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삼아 찬조금 상당 부분을 스승의 날 및 명절 교사 선물비, 교사 회식비, 야간자율 학습지도비 등으로 쌈짓돈 쓰듯 사사로운 용도로 사용했다.
학교발전기탁기금 중 1억9천20만 원도 재학생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학부모가 빠짐없이 100만 원가량의 찬조금을 냈다는 사실은 모금 행위가 학교의 묵인 아래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띄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런 식으로 학교 측이 모은 찬조금은 감사 대상 기간 이전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명확한 증거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 기간과 행정적ㆍ법적 처벌이 가능한 시효가 최근 3년 정도여서 그 이전의 불법 찬조금 모금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불법성 찬조금 문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상당수 학교에서 이뤄지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우리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다.
각 시도 교육청이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불법 찬조금 근절을 외치고 있고, 서울교육청도 작년 3월 찬조금 문제로 징계를 받는 교사는 승진에 제한을 두겠다는 내용의 고강도 대책까지 발표했지만, 대원외고 사례는 이 같은 특단의 대책마저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장에 대해 여전히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는 `보직해임 요구'를 한 점과 상당수 교직원의 금품수수 액수가 적지 않음에도 수사당국에 고발하지 않기로 한 점은 전형적인 `봐주기식 감사'라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초대형 불법 행위에 `이사 승인 취소'가 아닌 `해임 요구'라는 이상한 조처를 한 것은 결국 면죄부를 준 격"이라며 "수백만 원 규모의 금품수수 행위자를 경징계 처분키로 한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