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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정호선

입력 : 2010.04.01 22:43


이성태 총재가 물러나고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 체제가 시작됐습니다.

김 신임 총재는 취임사에서 크게 4가지를 강조했습니다.

G20의장국으로서 거기에 걸맞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문제,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 시장과의 소통 문제, 그리고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협조 문제가 그것입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보면 중앙은행 총재로서 할 수 있는 상당히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할 수 있는 얘기들입니다. 하지만 김중수 총재이기에 주목받은 한가지는 바로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협조' 대목이었습니다.

김 총재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을 위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이고 이를 위해 관련 제반 제도와 관행을 정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정책협조를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중수 총재는 취임전부터 'MB맨'이라는, '친정부적' 색채가 진한 인물이라는 시장의 인식을 한몸에 받아왔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정부와의 정책 공조라는 다분히 일반적인 커멘트도 상당히 의심섞인(?)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 내정 직후 김총재는 "통화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한국은행도 정부이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어 한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이 발언은 평소 김 총재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취임식 발언으론 좀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한국은행 내부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독립성에 대해 누차 강조하긴 했지만 본인에 대해 그런 의구심 섞인 시선이 계속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취임사에 '정책공조'를 강조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그런 의견이죠.

김 총재는 시장에서 흔히 '비둘기파'로 분류됩니다. '매파'로 분류되던 이성태 총재와 대조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 총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국은행만의 관점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보고 일해달라"고 얘기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의미심장한 커멘트입니다. "국제적인 감각도 갖고 일해달라. 출구전략도 각국이 공조해야 한다. 전반적인 금융개혁에 있어서도 G20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것은 임명장을 주면서부터 일종의 길들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그런 해석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과연 김 총재가 정부와 협력하면서도 한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견지할 수 있겠느냐, 구체적으로 임명권자와 한은 내부의 의견이 다를 경우 과연 할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게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포인트입니다.

게다가 G20 의장국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는 것은 금리인상 등을 포함한 출구전략 시행 시점과 폭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중수 총재도 "G20 의장국 중앙은행으로서 그 자격에 걸맞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각 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있지만 세계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금리인상 시점이 상당기간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김중수 한은 총재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다음주 9일에는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합니다. 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논리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할지도 관심입니다.

또 14일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통화정책 구상, 한은법 개정방향, 한은 독립성 등에 대한 김 총재의 시각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김 총재는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을 아꼈습니다.

몇 차례 설화를 겪으며 한국은행 총재 자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절감했을수도 있습니다. 김 총재가 공약한대로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정부와의 협력 속에 경기를 살리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시장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