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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성 판사, '명예살인' 풍조에 철퇴

입력 : 2010.04.01 16:24


인도의 한 여성 판사가 '명예 살인'을 저지른 5명의 피의자들에게 집단 사형판결을 내리면서 명예살인을 두둔하거나 눈감는 인도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하리아나주(州)의 지방법원 판사인 바니 고팔 샤르마는 같은 카스트에 속한 연인과 비밀결혼을 한 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명의 남성에 대해 일제히 사형을 선고했다.

살해된 여성의 오빠와 삼촌, 사촌인 이들은 2007년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출해 비밀리에 결혼한 두사람을 살해하고 시신을 하수구에 유기했다.

피해자들의 이름을 따 '마노즈와 바블리 사건'으로 명명된 이 참극은 피해자가 가해자 가족간의 갈등, 현지 주민들의 피해 남성 가족 집단 따돌림 등과 맞물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논란 속에 하리아나주에서는 처음으로 명예 살인자에 대해 사형 판결을 내린 샤르마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명예살인을 두둔하거나 눈감는 사회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인도 사회에 존재해온 오랜 여성 억압 전통의 대표적 사례다. 이번 사건은 명예살인을 특별한 범죄로 규정하는 특별법에 따라 심판해 대중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르마는 이어 "이처럼 진보한 사회에서 가족집단의 명예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명예살인은 이 사회의 집단의식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샤르마 판사는 "자신의 딸이 친척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입을 닫아야 했던 바블리의 어머니 또한 재판 기간 내내 침묵 속에 고통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언론은 일방적인 피해자인 마노즈 가족들의 고통에 집중했지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바블리 가족의 고통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방관한 측면이 있다.

또 바블리 마을 주민들도 그의 어머니가 법정에 출두하는 것을 막았고 언론과의 접촉도 철저하게 차단했다.

샤르마 판사의 이번 판결은 인도 사회에 명예살인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진보적 시민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UNHCHR)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매년 5천여 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고 있다.

나쁜 품행으로 가족의 위신과 명예를 훼손했다는 구실로 자행되는 명예살인은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