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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서 '두마리 토끼' 쫓는 현대기아차

입력 : 2010.03.31 10:47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

2004년 현대차가 미국 제이디파워(J.D.Power)의 신차품질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일반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을 때 이를 두고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쓴 표현이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현대.기아차의 제품경쟁력을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가격은 물론 성능, 디자인, 내구성, 친환경성 등 모든 면에서 괄목상대한 성장으로 현대.기아차는 북미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현대.기아차는 아마도 정상(Top)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마리 토끼잡이'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이런 목표점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첫 번째라면, 신흥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일은 그 두 번째다.

◇ '북미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기아차가 최근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연산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자동차 공장을 완공하면서 현대.기아차가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현지 공장은 세금과 물류 등 이점 외에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글로벌 업체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장점이 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협력업체(25개사)를 포함해 총 5천1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현지 실업률은 14.5%에서 12.7%로 낮아졌다.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연구소는 기아차 진출로 2012년까지 2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 효과는 6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아 주 정부도 각종 혜택과 다양한 인프라 구축으로 기아차의 대규모 투자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2005년 준공된 연산 30만대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역시 한미 산업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총 11억달러를 투자한 앨라배마 공장은 최첨단 시설로 생산성 부문에서도 타사 공장들보다 비교 우위에 서며 현대차의 미국 판매 확대에 일등공신이 됐다. 앨라배마 프레스공장은 '2009 하버리포트'에서 북미 생산성 1위에 올랐고 업체별 생산성에서도 전체 12개 메이커 중 2위를 차지했다.

품질과 마케팅 전략은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2006년과 2009년 제이디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일반 브랜드 부문 1위에 올라 이미 품질경영의 효과를 맛본 현대차는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품질향상을 채찍질하고 있다.

1986년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한 '엑셀'이 낮은 품질과 서비스망 부족으로 '싸구려 차'로 전락,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기억도 지우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특별지시로 '실질품질 3년 내 세계 3위, 인지 품질 5년 내 세계 5위'를 의미하는 'GQ(Global Quality)-3·3·5·5'를 목표로 제2의 품질경영에 나섰다.

연구개발과 생산공정에서 무결점 품질 달성을 위한 기존의 4M(Man, Machine, Material, Method) 품질관리에 '품질의 검증(Measurement)'과 '무결점 품질의식(Moral)'을 추가한 '6M 품질관리 기법'도 도입했다.

마케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실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자 최근에는 구입 고객이 실직하면 새 직장을 구하는 3개월간 할부금이나 리스금을 보험사가 대납하는 '어슈어런스 플러스'를 도입했다.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나란히 슈퍼볼 광고로 브랜드 및 제품 노출도 극대화했다.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인기 쿼터백 브렛 파브를 모델로 기용한 현대차 쏘나타 광고는 전 세계 1억명의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등장한 기아차 쏘렌토R 옥외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미국의 광고 전문지 '애드버타이징에이지(Advertising Age)'가 작년 '2009 최고의 마케터(Marketer of the Year)'로 현대차를 선정한 것도 수긍이 간다.

현지 공장 설립과 품질 경영, 공격적인 마케팅은 빠른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불과 2년전 4.8%였던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로 올라섰다.

◇ '신흥시장을 공략하라'

현대·기아차 글로벌 시장 공략의 또 다른 축은 신흥시장이다.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자동차 예상 판매량은 3천445만대로 전 세계 예상 판매량(6천610만대)의 절반을 넘는다.

경기침체로 글로벌 판매량이 2007년 6천955만대, 2008년 6천618만대, 2009년 6천340만대로 계속 감소하는데 반해 브릭스 지역의 판매량은 2007년 1천468만대, 2008년 1천613만대, 2009년 2천36만대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시장 회복을 신흥시장이 주도하고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1월에는 인도, 최근에는 러시아를 방문했다. 브릭스에 맞춰진 무게중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중국은 이미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글로벌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무대가 됐다.

정 회장이 "중국 시장은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2008년 43만6천여대에서 지난해에는 80만대를 훌쩍 넘겼다. 현대차는 '2009년 AS 품질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작년 10월에는 '2009 고객만족도조사'에서 위에둥(중국형 아반떼)과 투싼이 차급별로 각각 1위에 올랐다.

문제는 이런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 베이징 순이(順義)구의 제1.2 공장 인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3공장 건설을 시작해 늦어도 2012년 초에는 준공할 예정이다. 급증하는 중국 시장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생산량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10만대 늘어난 67만대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인도 시장도 금융위기 여파로 주요 시장의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중국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곳이다. 지난해 인도 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17.2%나 늘어났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i10과 i20의 판매 호조로 지난해 판매가 인도 산업수요보다도 높은 무려 18.1%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11년 연속 판매 증가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현대차는 올해 i10 개조차와 i20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출시하고 인도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리그 광고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 작년보다 8% 증가한 31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2011년 하반기에는 현재 개발 중인 800cc 전략형 경차 출시로 인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에도 각각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대차 공장이 세워져 동유럽과 남미 공략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가 올 들어 10.4%의 점유율로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는 러시아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주의 카멘카 지역에 3억3천만유로(5천억원)를 들여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은 내년 1월부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를 양산하고 2012년에는 15만대로 증설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생산되는 투싼ix(현지명 ix35)와 하반기 신형 쏘나타를 차례로 출시해 러시아 수입차 시장 1위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시에서 북서쪽으로 157km에 위치한 피라시카바시에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이 올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간다. 브라질 공장이 완성되면 현대차는 신흥시장인 브릭스 4개국에 모두 현지생산 거점을 갖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선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신흥시장에서 전략형 모델로 판매를 확대하는 양대 목표를 향해 총력을 쏟고 있다"며 "이 같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 성공하려면 도요타와 같은 리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품질경영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경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