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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연아에 대한 날조 심각하다.

이계숙

입력 : 2010.03.30 16:57|수정 : 2010.03.30 17:46


2010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이 끝난 후 가진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예의 없는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 일본에서 왜곡되어 기사화 되었다.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가 말을 하는 동안 휴대폰을 사용했으며 심지어 침을 뱉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 영상을 확인해 보면 아사다가 기자의 질문에 일본어로 대답하고 있는 도중 김연아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역사가 영어로 통역을 시작하자 바로 자리를 바로잡고 귀를 기울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침을 뱉었다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회가 끝난 후 갖는 기자회견은 방송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로 임하고 있다. 타 선수가 인터뷰를 할 때 다른일은 하는 것은 물론이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거나 선수들끼리 떠들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선수들도 경기를 끝난 후의 소감 같은 것을 말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딱딱한 형식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언론을 상대하는 자리이니만큼 예의를 차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김연아의 행동이 문제를 삼을만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는 본능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동메달을 딴 라우라 레피스토 역시 아사다가 일본어로 대답할 동안 통역이 영어로 써내려가는 답변지를 보면서 아사다의 대답을 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연아는 선수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행동만으로 아사다 마오를 무시하는 예의 없는 행동을 했다고 결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질문을 했을 때 다른 행동을 하거나 멍하게 앉아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무조건 귀 기울여 듣는 선수는 거의 없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아사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김연아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화 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악의적으로 김연아를 비방하는 동영상들이 꾸준하게 업로드 되고 있다. 교묘한 속임수로 '김연아의 점프는 잘못되었다.'라는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성형설'과 '아사다 마오를 질투한다.'와 같은 입증되지 않은 동영상으로 김연아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거의 조직적이어서 왜곡된 동영상이 하루만에 10만 조회수를 넘어가는 등 김연아의 이미지에 심각한 누를 끼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제목의 영상이어도 막상 클릭해보면 왜곡된 영상들도 많이 있다. 이밖에 다른 피겨선수들의 이름을 태그로 사용하며 직접 김연아를 검색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잘못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김연아 왜곡 영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가 영어로 "김연아 선수에게 질문합니다."라며 질문을 시작하였다. 그는 "당신은 전설적인 스케이터입니다. 하지만 신채점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코치 타라소바는..."이라고 말하자 김연아 측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기자는 "아.. 이것은 아사다선수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라며 정정했다. 그러자 아사다의 통역사는 그냥 일본어로 질문해 달라고 하였다.

왜 일본인 기자가 아사다에 대한 질문을 영어로 한 것일까. 보통 같은 국가의 사람이라면 모국어로 질문을 하고 통역사가 다른 기자들에게 영어로 통역해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전설적인' 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영어로 질문을 하였다. 이것은 '해외에서도 아사다는 대단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렇듯 일본의 아사다에 대한 호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은 이런식으로 일본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이 꽤 효과적으로 선수를 홍보하고 있고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올림픽이 끝난 후 해외에서 더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2년 연속 포브스가 선정한 셀러브리티 1위였고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수입을 거뒀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또 벌어들이는 수입만큼 기부를 많이하고 여러 제품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이렇듯 국외에서는 선수의 인지도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

올림픽 챔피언이 됨으로써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김연아에 대한 잘못된 동영상과 기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계숙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slangs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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