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있던 차가 갑자기 후진해 사람이 죽는 바람에 뺑소니범으로 몰린 60대가 누명을 벗었다.
전남 함평에 사는 농민 배모(64)씨는 지난해 8월 25일 오전 9시 10분께 지인 3명과 함께 나주로 향하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
배씨를 제외한 동승자들이 나주시 이창동 모 노래방 앞에서 정차하고 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울 무렵 느닷없이 차가 후진한 것.
운전자 이모(당시 63)씨는 이 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차에 혼자있던 배씨는 차를 운전한 것으로 몰렸다.
배씨는 "사고 당시 뒷좌석에 있었는데 어떻게 운전을 하느냐"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찰은 운전 사실을 부인하는 배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고 후 동승자들과 이씨를 병원으로 옮기고도 뺑소니범으로 몰린 배씨의 억울함을 풀어준 결정적 단서는 폐쇄회로(CC)TV였다.
CCTV에는 배씨가 사고 후 뒷좌석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광주지법 형사2단독 남성민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뒷좌석에 있던 배씨가 앞좌석으로 옮겨 차를 운전하고 나서 다시 뒷좌석으로 옮겨 차에서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양영희 공보판사는 21일 "재판부가 차의 전자장치나 기계장치의 오작동 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며 "단,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달아나지 않더라도 운전사실을 부인하거나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기만 해도 법적으로는 뺑소니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