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성계는 진보진영과 궤를 함께 한다. 이 때문일까? 보수정당이라 불리는 한나라당에서는 지명도 높은 여성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품이나 실력이 모자란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대중성 있는 여성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물론 지난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는 예외로 한다.)
반면 진보정당이라 불리는 민주당에는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높은 인지도를 갖춘 정치인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에서도 이 점은 인정한다. 여성 정치인 육성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울 3곳 이상, 부산과 경기도 각 2곳 이상, 나머지 시.도에 대해서는 각 1곳 이상 여성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후보만으로는 역시 대국민 이미지를 바꾸는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일까, 지방선거가 다가올 수록 한나라당 안팎에선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여성 후보가 나서주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경원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만큼이나 국민들에게 얼굴을 알린 사람이 바로 나경원 의원이다. 당시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거의 매일 저녁뉴스에 얼굴을 내밀다보니 웬만한 인기 연예인 못지 않게 TV와 신문지상에 등장했다. 그에 따라 인지도도 높아졌다. 초선으로서는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나 의원이 듣기 거북해할지 모르지만 남다른 외모도 한몫한 게 사실이다. TV카메라 기자였는지 사진기자였는지 기억이 분명치는 않지만 앵글에 담았을 때 가장 예쁘게 잡히는 얼굴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대중 정치인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일 수밖에 없다. 얼굴을 알라는데는 유리하지만 중량감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 점 때문에 나 의원도 외모에 대한 평을 썩 달가워 하지 않는 것인도 모른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18대 총선 열기가 뜨겁던 지난 2008년 초 어느 정당할 것 없이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역유세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당시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역유권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다보니 아무래도 유명세 있는 의원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나경원 당시 대변인도 포함됐다.
그런데 당 대표가 직접 나선 모 지역의 거리유세에서 사람들이 강 대표는 알아보지 못한 채 나 의원에게만 몰리면서 조금은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한다. 유세 이야기를 할 때면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우스갯소리로 종종하는 이야기 거리 중 하나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스타 의원'으로 통했다.
그런 그녀가 변신에 나섰다. 물론 갑작스런 변신은 아니다. 대변인을 거친 뒤 18대 국회들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간사와 당 제6정조위원장을 동시에 맡았다. 당시 "이젠 정책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본인으로서는 당의 '얼굴'에서 '머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18대 국회 최대 격랑지였던 문방위는 그녀를 시험대에 서게했다. 미디어법 파동이이다. 거의 2년을 끌었던 미디어법 파동은 번번히 문방위를 파행으로 몰았다. 임시국회 때도 국정감사 때도 정기국회 때도 문방위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문제 상임위'였다.
당시 상임위 운영을 놓고 하루 종일 줄다리기를 해야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간사와 민주당 전병헌 간사에게 몇몇 기자들이 농반진반으로 서로의 남편이나 부인 얼굴보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더 길지 않냐고 묻곤 했다. 그렇게 미디어법 파동을 거치면서 나 의원이 의도했던대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미지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국민적 파급이 적지 않았던 사안인 만큼 당시 활동에 대한 성적표는 유권자 개개인의 마음 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그녀가 이제 정책담당자에서 행정가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난 3월초 모 대형서점에서 열린 팬사인회가 그 시작이었다. 휴일이었지만 문방위 담당기자로 사인회장을 찾았다. 인사라도 하고 갈 요량이었지만 끝내 나 의원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인(人)의 장벽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전해들은 후문으로는 서점에서 영업에 방해된다며 시간 맞춰 끝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책 내용은 여러분이 평가해보시기 바란다.
나경원 의원의 특징 중 하나는 '아무리 바빠도 전화는 받는다'이다. 대변인으로서 몸에 익은 습관인듯 하다. 하지만 통화가 편한 것은 아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늘 쫓기는 듯 바쁜 목소리' 때문에 장시간 통화를 해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래도 목소리는 늘 밝은 편이다. 천성인지 노력의 산물인지는 모르겠다.
이 역시 외모 때문일까? 안좋은 평가 중에 '공주'같다는 말과 함께 나경원 의원에게 가장 자주 나오는 평가가 '욕심이 많다'는 것이다. 자리 욕심도 많고 좋은 건 다 본인이 하고 싶어한다는... 뭐 그런 얘기다. 물론 본인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펄쩍 뛴다. 의욕과 욕심은 경계가 모호하다. 나에게는 의욕인 것이 경쟁자에게는 욕심처럼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런 의욕 혹은 욕심을 낼 만한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나 의원 본인에게는 섭섭한 말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당 주변이나 언론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경선출마가 당선보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분석이 더 많다. 어느 쪽이 됐든 나 의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평가는 향후 펼쳐질 당내 경선이나 본선에서 내려질 것이다. 보수진영이라는 척박한 토양에서 '스타' 의원을 넘어 '시장'을 꿈꾸기 시작한 나경원 의원의 도전이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지방선거에 한층 더 재미를 던져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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