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와 연세대를 졸업한 일반인, 그리고 재학생이라면 더욱 2학기 시작을 기다립니다. 왜냐구요? 정기전이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오늘 취재파일에 거론된 학교를 나왔습니다. (사감이 깊게 개입된 것은 아니라는 연막을 우선 치고요^^)
정기전은 매년 9월의 한 금요일, 토요일에 개최됩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야구장에서 개막식이 치러지고 농구, 아이스하키, 야구가 첫날, 다음날 치러지는 럭비와 축구는 잠실 주경기장에서 하는데 붉은 색과 파란 색이 경기장의 반을 갈라서 열띤 응원전이 펼쳐집니다.
졸업생들은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구경하기도 하죠.
양 교는 9월이 되면 교내 분위기가 들썩거리고 여름방학에 합숙훈련까지 해가며 정기전을 준비해 온 응원단원들의 연습은 매일 이어집니다.
선수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표현이 그렇습니다만 두 학교의 전사들에게 고연전은 1년동안 가장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과거 국가대표에 선발돼 합숙하고 있는 축구선수들을 정기전에 출전시킨다며 합숙소에서 빼내오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으니까요.
정기전에서 가장 마지막 경기는 축구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도 선배들이 "다른 시합은 져도 축구를 이기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졸업생으로서 얼굴을 차마 들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축구팀 감독이 심판을 돈으로 매수해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죠. 그것도 4년 만에 거둔 승리였답니다.
지난해 축구경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이 이어졌고 연세대 감독은 항의를 하다 퇴장까지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경기 전날 김모 고대 감독이 배정된 심판을 만나 "꼭 이기게 해달라"고 부탁한 결과였습니다. 심판 배정까지 대한축구협회에 먼저 부탁까지 해
놓았었구요.
경기에 이긴 뒤 김씨는 주심에게 무려 천만원, 부심에겐 5백만원을 건넸습니다. 김씨는 고연 정기전을 포함해 지난 2008년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학축구대회 심판 10명에게 2천3백만원을 줬는데 이 한 경기에 천5백만원을 쓴 셈이죠.
이렇게 쓸 돈이 결국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의 부모 지갑에서 나왔습니다. 김씨는 팀 운영비 등 명목으로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억8천만 원을 걷었고 1억 7백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습니다.
자기 아들이 볼모로 잡혀있으니 부모입장에서야 감독 말이라면 다 들어주지 않았을까요? 김씨가 마신 수백만원의 술값까지 대납해가면서 말이죠.
아무튼 어느 곳보다 투명하고 순수하게 운동을 해야 할 학생들이 승리의 압박에 시달리고 감독도 이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로 졸업생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거기에다 저 또한 마음속으로나마 무조건 모교의 승리를 바라며 결국 저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 가운데 한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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