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극 제2기지가 동남극의 테라노바 베이로 선정됐다는 국토해양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라온호가 들린 두 번째 목적지이자 원래 이번 대륙기지의 대안 후보지였던 테라노바 베이가 처음에는 훨씬 더 유력해 보였던 첫 번째 후보지 케이프 벅스를 꺾고 선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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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8) 남극 제2기지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테라노바 베이는 어떤 곳인가요?
답8) 테라노바 베이는 동남극에 위치한 만(灣, bay)입니다. 뉴질랜드의 유명한 극지 탐험가 스코트(Scott)가 남극에 타고 온 배 '테라 노바(Terra Nova)호'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지명입니다. 새로운(Nova) + 땅(Terra)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테라노바 베이에 아라온호가 처음 도착한 날 촬영한 사진. 왼편에 이탈리아의 마리오 주켈리(Mario Zuccheli) 기지가 보입니다) 남위 74도, 동경 164도에 위치한 테라노바 베이는 남위 62도에 위치한 킹 조지섬의 세종기지보다는 훨씬 더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또 섬이 아닌 남극대륙에 있어 다양한 연구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촬영한 테라노바 베이의 전경. 남극대륙 쪽으로 파고 들어온 바다를 둘러싸고 브라우닝 산, 멜버른 산과 같은 높은 산맥들이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테라노바 베이에 면한 브라우닝 산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해안가 지역입니다.
이곳은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우선 기지 건설에 필요한 면적이 넓게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케이프 벅스보다 훨씬 넓다"
바로 이 점이 테라노바 베이에 처음 도착한 연구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맨 먼저 보인 반응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멜버른산의 모습. 화산 앞에 넓게 펼쳐진 빙원은 캠벨 빙하가 바다로 길게 흘러나온 '빙하설(glacier tongue)'의 일부분입니다)
또 인근에는 캠벨 빙하(Campbell Glacier)와 현재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멜버른 산(Mt. Melbourne)이 자리잡고 있어서 대륙기지 건설의 가장 큰 이점인 빙하와 지질활동 연구 가능성도 충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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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9) 테라노바 베이가 다른 후보지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더 유리한가요?
답9) 원래 테라노바 베이는 남극 제2기지의 대안적 후보지로 꼽힌 곳이었습니다. 이 말은 곧 후보지 두 곳을 탐사하되, 유력 후보지인 서남극의 케이프 벅스에 우선 순위를 두고, 만약 케이프 벅스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대안으로써' 건설을 물색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특히 케이프 벅스가 위치한 서남극의 '마리 버드 랜드(Marie Byrd Land)'는 그 주변에 다른 나라의 상주기지가 전혀 없는 외딴 곳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가능성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타국의 상주기지가 없다는 것은 곧 우리나라가 이 지역에 기지를 건설하고 연구활동을 벌여나갈 경우 연구의 주도권은 물론, 향후 해당 지역의 탐사와 개발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지정학적으로 큰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남극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처녀지가 바로 이 케이프 벅스가 위치한 마리 버드 랜드 일대라는 점도 무시 못할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남극에 위치한 각국의 상주기지 분포를 표시한 지도입니다. 케이프 벅스 인근에 타국의 상주기지가 없는 기지 공백 지역이 큰 원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프 벅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이 접근성이었습니다.
케이프 벅스 인근에는 사방 1500km 내에 단 하나의 기지도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주변 기지는 케이프 벅스에서 1570km, 테라노바 베이에서는 약 300km 떨어진 미국의 맥머도 기지입니다)
세종기지를 비롯한 10여 곳의 기지가 오밀조밀 모여서 서로 협력하며 비상시엔 도움을 주고 받는
킹 조지 섬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혹한 환경에서 운영을 시작해야 합니다.
또 케이프 벅스의 경우 여름 한 철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 세 계절 동안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집니다.
기지에서 30~50km 떨어진 해역까지 두터운 얼음이 단단하게 얼기 때문에,
쇄빙 능력을 갖춘 아라온호라 할지라도 도저히 깨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아라온호가 깰 수 있는 얼음 두께의 한계는 최대 1.5~2m 정도에 불과합니다)
케이프 벅스는 이 밖에도 테라노바 베이보다 불리한 요소를 더 갖추고 있었습니다.
우선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평탄한 지역이 더 좁았고, 기지 운영에 필수적인 식수원으로 쓸 담수호의 수량도 테라노바 베이 쪽이 훨씬 많았습니다.
(당초 남극 제2기지의 유력 후보지로 꼽혔던 케이프 벅스의 전경. 남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 지형의 케이프 벅스는 직접 탐사 결과 테라노바 베이에 밀려 후보지에서 탈락했습니다)
기온이나 풍속 등 기후조건은 두 곳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생물 자원의 다양성의 경우에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극지연구소의 보고서에는 모든 분야에 걸쳐 테라노바 베이가 시종 우세한 것으로 기술돼 있지만, 직접 현지를 취재한 저로서는 최소한 생물 자원의 다양성 분야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지의류의 생태나 남극 도둑갈매기(skua)의 경우에는 테라노바 베이 쪽이 더 다양한 분포상을 보였고, 이 말은 기지 건설에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에서 테라노바 베이가 더 불리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주변에 이탈리아의 마리오 주켈리 기지, 그리고 독일의 하계용 곤드와나(Gondwana) 기지가 이미 들어서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미국 맥머도 기지와 뉴질랜드의 스코트 기지가 위치한 테라노바 베이가 다양한 국제 협력 가능성과 기지 건설의 용이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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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10) 앞으로 남극 제2기지 건설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답10) 테라노바 베이의 남극 제2기지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 기지라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기지 건설도 반쯤 완성된 건물을 현지로 옮겨 세우는 '모듈형'이 될 전망입니다.
건물은 바닥에 지면이 닿지 않는 형태로 세워지고,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남극 조약에 따라 전량 회수를 원칙으로 합니다.
또 오염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청정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다 발전 설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배출수를 정화하는 장치도 설치됩니다.
(1970년대 소비에트 시절에 지어졌다 1990년대 초에 완전히 버려져 현재는 관측 스테이션으로만 사용 중인 케이프 벅스의 루스카야 기지. 녹슨 철판과 드럼통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면서 일부 토양에서는 유류오염과 깨진 유리 파편 등의 건축 폐기물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제2기지는 이런 오염을 막기 위해 친환경으로 건설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내년 초 건설업체가 선정되면 2012년 초까지 실시 설계를 끝내고, 2013년 1단계 건설공사에 착수하 2014년 4월에 최종 준공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지 총 면적은 건물면적 기준으로 총 3천3백제곱미터로 4천318제곱미터인 세종기지보다는 조금 좁지만, 전체 실 면적과 연구원 생활규모는 약 60명 정도로 세종기지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 예상 사업비는 총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케이프 벅스의 루스카야 기지에 설치된 이정표에서 SBS 취재진이 포즈를 취했습니다. 오는 2014년 테라노바 베이에 남극 제2기지가 완공되면 우리나라 극지 과학의 영역도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앞으로 4년 뒤 제2 남극기지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남극에 2개 이상의 기지를 가진 9번째 나라가 됩니다.
남극 연구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2개, 많게는 5개 이상의 기지를 운영하면서 남극의 기후와 동식물, 자원, 오존층 등 각 분야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에 비춰보면 대륙기지 건설은 지금이라도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번 남극 탐사에 취재진과 연구진의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준 아라온호도, 앞으로 새로 건설될 남극 제2기지 준비 작업을 위해 더 바쁘게 극지의 바다를 누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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