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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수행자의 방 '물소리, 바람소리만..'

조재근

입력 : 2010.03.12 20:30|수정 : 2010.03.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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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법정 스님이 생전에 기거했던 강원도 산골의 작은 집에는 이제 물소리, 바람소리만 남아 있습니다. 

스님의 산문집 '텅빈 충만'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그 곳에  조재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눈과 얼음 녹은 개울을 지나 한 참을 걸어간 눈 길, 그 끝 숲 사이로 작은 시골집이 나타납니다.

90년대부터 몇년전 병환이 깊어지기 전 까지 법정 스님이 머물던 곳입니다. 

화전민 농가를 개조해 십 여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지만 여전히 전기조차 없는 단촐한 모습입니다. 

작은 소유조차 집착임을 깨닫게 해준 난초가 새겨진 나무 현판.

그 외에는 이렇다할 장식도 없어 물질에 대한 집착을 거부한 스님을 닮았습니다.

텅빈 방안이 오히려 가득찬 곳이기도 했습니다.

창호지 문 틈의 햇살과  숲을 가르는 바람소리, 사시사철 맑은 울림의 개울.

그 가득참 속에서 영원한 구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의 동반자였던 대나무 평상은 스님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기를 원했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질박하고 수수한 방다닥을 대하니 마음이 참으로 느긋해진다. 이 방에 나는 방석 한장과 등잔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라던 가르침은 은은한 향으로 세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허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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