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과 미디어의 폐해 시사-풍자한 명작 검열과 통제가 일상화 된 한국에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 '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는 1972년 8월 뉴욕의 브룩클린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그리고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70년대 초반 뉴욕 곳곳의 일상적인 풍경이 스스륵 바람처럼 지나가더니 오후 3시쯤 은행 영업을 끝내기 위해 경비원이 깃발를 내리던 순간 3인조 은행강도가 등장한다. 그들은 은행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차를 대놓고 동태를 살피다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더니, 눈치를 보며 하나 둘 내려 은행문이 잠기기 전에 가방과 선물상자, 품속에 총을 숨기고 은행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들의 강도행각은 처음부터 어긋나 버린다. 뽀글머리를 한 스티브가 '두렵다' '더 작은 것을 훔치자' '도저히 못하겠다'며 그만 은행을 나가 버리고, 남은 서니와 샐만이 뒤엉켜버린 은행강도와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치밀하게 은행을 털 준비했지만 어딘가 어리숙하고 엉뚱한 그들은 여직원들에게 '경보기를 울리지 말라' '허튼짓 하지말라'고 소리치며 곳곳에 달린 CCTV에 스프레이를 뿌려댄다. 그리고 지점장과 여직원에게 금고를 열게 하지만, 서니가 알고 있던 것보다 큰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금고에는 고작 1100뿐. 돈을 은행 본점에서 수금해갔기 때문이다.
전화벨 이 요란하게 울려대는 가운데 이 황당하고 난처한 상황은 서니가 등록부를 태우면서 더욱 악화된다. 연기가 밖으로 새어나가면서 보험회사 직원이 이를 목격하고 은행에 이상이 있는지 묻고 되돌아간다. 천식이 있는 흑인 경비원을 대신해 지점장이 나서서 '꽁초가 휴지통에서 불붙었다'고 둘러대지만 결국 경찰이 우르르 출동한다.
은행 여직원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는 사이 은행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경찰이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더욱 긴박하고 흥미진진해진다. 은행 직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망치려 했던 계획이 무산되고, 은행 주변이 경찰들에 의해 포위되고 늦은 밤까지 대치 상황이 벌어진다.
미국 최악의 폭력진압 사건 '아티카'를 외친 은행강도이 가운데 서니 역을 맡은 '꽃보다 남자'의 F4만큼이나 외모가 출중한 청년 알파치노는 강렬한 연기를 뽐낸다. 뚱뚱한 아내와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서니, 베트남전에 참전했었던 서니, 사랑하는 남자와 몰래 결혼식을 올렸던 서니, 42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경찰의 폭력진압 사건을 대중들에게 외치며 환호받는 서니, 총부리를 겨눈 경찰들마저 놀림감으로 만든 서니, 동료인 샐을 배반하지 않으려 고뇌하는 서니를 젊은 알파치노는 대변한다.
특히 영화 속 서니는 단순 은행강도 사건이 흥미거리를 쫓는 미디어에 의해 긴박하게 확대-재생산 되면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보여준다. 눈요김 감을 찾아 경찰 버스를 타고 우루르 몰려온 기자들과 방송카메라들 말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찰들처럼 인질의 안위에는 별 관심도 없고,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을 직시하거나 사회문제를 제대로 언급-보도하지도 않는다. 마치 지난해 쌍용자동차 사태와 최근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을 보도했던 기성언론들처럼.
여하간 '다시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며 죽기를 결심한 샐과 함께, 브룩클린 거리 한 복판에 쫙 깔린 경찰들에게 흰색 손수건을 흔들며 "아티카! 아티카!" "총을 버리라고, 난 무기가 없다고"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록펠러 정부의 야만적인 아티카 감옥 폭력진압을 알리는 알파치노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은행강 도가 수많은 경찰들에게 총을 버리라하고 은행강도에게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장면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뜨거운 오후'는 끝내 싸늘한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나고 만다. 수많은 물음을 남긴 채.
1971년 미국 아티카 감옥에서 일어난 반란을 당시 록펠러 정부는 유래없는 폭력을 사용해 4일만에 진압한다. 이 과정에서 29명의 재소자와 교도관 10명이 목숨을 잃고 무려 1600여개 이상의 총알이 사용되었다.
이장연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friday1519(※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