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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울려라

남승모

입력 : 2010.03.11 09:50|수정 : 2010.03.11 09:51


부산 여중생 성폭력 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잡혔다.

매일 수색 경찰들로 북적이던 부산 사상경찰서는 그의 검거 이후 한산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더 부산스러워진 곳이 있다.

국회다.

그가 잡히던 날, 국회에서는 정부와 여당 사이에 당정협의가 열렸다.

당정은 재범을 막기 위해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에게 부착하도록 한 전자발찌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전자발찌법 제정 이전, 그러니까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사람들에게까지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정확히 말해 이른 바 '소급적용'이다.

이 방안은 지난 2008년 혜진.예슬양 사건과 조두순 사건 이후 쏟아진 각종 아동 성폭력 대책 중 하나로 이미 거론됐던 문제다.

당시 여당은 TF까지 구성해 관련 대책을 내놨었다.

하지만 헌법에 규정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어 최종안에서는 배제됐다.

그런 안이 다시 나온 것이다. 별 고민도 없이...

검찰은 어제 당정에서 전자발찌 부착이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적 조치인 '보안처분'의 하나여서 헌법상 보장된 '형벌불소급  원칙'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법 개정 때 적용 범위와 대상을 신중히 판단해 결정하면 될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대법원 판례도 "일반적으로 보안처분은 형벌과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나 일사부재리 또는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보안처분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절차상으로는 법 시행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울 경우  명백한 소급 입법에 해당해 헌법상 금지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판례도 전자발찌법이 피부착자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이상 과잉입법이 아니지만, 오로지 성폭력 범죄자의 감시를 위한  방편으로만 이용될 경우에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과잉입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동 성범죄를 막을 수만 있다면 전자발찌 소급 뿐 아니라 확대 적용도 해야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문제는 이런 분노한 여론에 편승해 일을 어물쩍 처리하려는 정치권의 태도다.

최초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보다 치밀하게 법적 논리와 근거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급하게 밀어붙였다 나중에 위헌판결이라도 나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전자발찌법 논의를 위한 당정 외에 김길태가 잡히던 날 여야는 상임위 가동에도 합의했다.

3월 국회 개최를 놓고 팽팽히 맞서던 여야가 아동성폭력관련 법안을 포함해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19일부터 상임위를 가동하도록 합의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호들갑이라 해야하나...

국회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최종적으로 모여 합의점을 찾는 곳이다.

그런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오히려 그런 대응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이견 없는 국민 안위에 관한 사안에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문제다.

졸속결정을 하라는 게 아니다. 이견이 없는 만큼 더 빨리 대안을 찾고 대응하라는 얘기다.

여야는 지난 9일 여중생 사건으로 정치권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뒷북' 대책을 쏟아내며 열을 올렸다. 그런 와중에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야당 정치공세와 정쟁에 파묻혀 아동성폭력 법안 신속 처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오히려 여당의원들의 무리한 문제제기로 관련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적어도 정치권의 이해관계나 논리싸움 때문에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호들갑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