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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주영진

입력 : 2010.03.11 10:13|수정 : 2010.03.11 11:07

탈북박사 이애란 교수 수상기


사진 속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사람이 탈북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입니다.

오늘 오후 미국 국무부청사 8층에서 이애란 교수를 비롯한 10명의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미 국무부로부터 상을 받았습니다. '용기있는 국제여성상'이라는 이름입니다.

취재를 다녀왔습니다만, 이미 이애란 교수가 이틀전에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해서 오늘 기사는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작 행사는 오늘인데, 기사는 이미 나간거죠.

저 곱게 입은 한복도,최강국 미국 대통령 부인과 권력서열 3위인 국무장관과 나란히 선 모습도 방송에는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좀 성격이 급해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이교수의 수상기는 SBS 홈페이지에 이슈와 피플란에 가면 자세히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늘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사실 미셸 오바마의 영부인 선배이기도 합니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백악관 안주인으로 있었죠.

젊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 남편 빌의 섹스스캔들을 견뎌내야 했던 아픔도 있었지요.그런 힐러리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난 지 7년이 지나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도전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석패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는 통 큰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인지,아니면 4년뒤의 도전을 미리 막기 위해서인지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앉혔고, 힐러리는 열심히,적극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해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시상식에서 힐러리의 인기는 미셸 오바마 못지 않았습니다.
   
사실 오늘 시상식은 국무부 주관이었기에 힐러리가 집주인이고, 미셸은 손님이었던 셈입니다.

또 수상자들은 대개 제 3세계라 불리우는 정치-경제적 후진국출신들이었습니다.

케냐,짐바브웨,아프가니스탄,이란,사이프러스,도미니카,시리아,북한이 수상자들의 출신국이군요. 어쨌든 힐러리가 오늘 시상식의 의미와 수상자들 소개는 힐러리가 했고, 미셸은 축사를 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자리기에 힐러리와 미셸의 연설은 화려한 수사들로 가득찼습니다.

힐러리는 "그대들이 있었기에 세계 여성들이 힘을 내고 있고, 미국은 여러분들 곁에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청중 대부분을 차지한 여성들의 환호가 쏟아져 나왔죠.

미셸은 차분하게 수상자 한 명 한 명에 대해서 낮은 목소리로(목소리가 좀 낮고 두꺼운 느낌을 주더군요)치하하고, 그들의 활동을 치하했습니다.

그리고는 제 2차 대전당시 나치 휘하에서 활동했던 한 여성운동가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습니다."코라지오!" 이탈리어라고 하는데요, 바로 용기라는 뜻입니다.

여성 모두 용기를 갖자는 취지겠지요. 마찬가지의 환호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는 우리 나라 국회의원들이 회의석상에서 하는 것 같은 낯간지러운 공치사들이 난무하더군요.

여성의 동반자, 우리 여성들의 대표, 자랑스러운 여성 등등등...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 힐러리는 리셉션장소로 옮기고 미셸은 행사장에서 참석했던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는 한 10분정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습니다만, 정치인의 아내다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얘기를 들어주고, 사인도 해주고, 그러는 내내 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키가 크고 늘씬하고 똑똑하고,그래서 하버드 법대 후배인 오바마 대통령이 인턴으로 갔던 변호사 사무실에 있던 선배 변호사 미셸에게 대시를 했다고 합니다.지금도 오바마의 정치적 동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도 하죠.

아동 비만 줄이기 운동을 주도하고, 정치적 현안마다 나름의 의견을 정리해 오바마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런 안주인 역할에서 벗어나 본인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섰던 것이고요.

두 명의 전현직(?) 영부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조용한 내조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한국의 영부인상과는 참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미셸이 참석하는 자리다 보니 오늘 국무부 출입절차는 더욱 까다로왔습니다.

지난 번 유명환 외교장관과 힐러리 장관의 회동때보다 두 가지 정도의 절차가 더 있었습니다.

현관 검색을 하고 난 뒤에는 검색견이 1층 로비에 차례로 놓인 여성들의 가방을 일일이 냄새를 맡고요, 8층 행사장 앞에서 또 다시 검색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 경호원들이 한 10명 정도 현장에서 날카로운 눈매로 경호활동을 벌이더군요.

아래 사진에서 미셸이 연설하는 동안 지켜보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미국이어서인지 행사장 분위기는 여유롭고 자유로왔습니다.

우리 처럼 단상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로비같은 곳에 줄 치고 의자들을 놓은 게 전부입니다.영부인도,장관도 거기 나란히 앉았고요.

참석자들은 행사 내내 일종의 폴리스 라인같은 줄 뒤에(영부인석과 불과 3미터 정도 떨어진) 서서 행사를 지켜봤습니다.행사 내내 힐러리와 미셸을 향한 디카들의 찰칵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행사장 한 켠에서는 칵테일이 제공됐고,음악 연주도 있었습니다.

격식을 따지고 단상의 사람들과 단하의 사람들이 격리된 듯한 우리식 행사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애란 교수가 상을 받고 자리로 돌아가기전 미셸 오바마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미셸도 같이 고개 숙여 인사를 받는 모습입니다.

익숙치 않은 동양식 예절에도 같이 호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거기도 하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