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 Money Move 현상 뚜렷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재건축과 증시로 움직였던 뭉칫 돈이 은행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인 증시 등으로 돈이 몰리면 '쩐의 이동(money move)'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은행 예금 등으로 돈이 되돌아 오는 것은 '역 머니무브' 라고 부릅니다. 괜히 어렵게 말했지만 결국 쩐이 다시 돌아온다는 말입니다.
은행들의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가 끝났는데도 왜 은행예금에 돈이 몰리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이자는 낮지만 안전한 것이 최고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은행이 어제(10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은행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달에만 17조원이나 늘어서 1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은행이 이자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닙니다.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이자는 1%도 안 되는데요.
지난달 남부유럽 부도위기가 부각되면서 불안한 마음에 그래도 안전한 은행예금에 돈을 넣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400조원을 넘어섰던 정기예금 수신잔액도 지난달에는 415조원으로 늘었는데요.
고객들이 돈을 넣어두고는 자주 찾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돈이 얼마나 빨리 도는 지를 보여주는 은행의 보통예금 회전율은 지난 1월 18.5회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17.9회를 기록한 2008년 2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예금 회전율이 높으면 소비나 투자 등을 위해 예금 인출이 빈번했다는 뜻이고, 회전율이 낮으면 은행에 돈을 묶어뒀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은행에 돈은 늘고 있고 고객들이 자주 찾아가는 것도 아니지만 은행들이 역할에 맞게 이 돈을 잘 굴리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은행들이 일단 건전성 감독기준인 예대율 100%를 맞추려고 돈을 돌리지 않고 있어 기업이나 가계 대출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돈을 단기부동자금이 머무는 MMF나 채권형 펀드에 넣고 있는데요.
이러면서 지난달 MMF 잔액은 6조가 늘었지만, 기업대출 증가 폭은 지난 1월의 절반 수준인 2조원대로 떨어졌고 가계대출은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실물경제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에게 돈을 중개해 주는 겁니다. 존재 이유이고 이런 중요한 역할 때문에 은행이 위기에 빠지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서 지원해 주는 거죠.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은행이 위험부담 전혀 없이 손쉽게 담보를 잡고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 등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좀더 장기적인 안목과 분석을 바탕으로 우량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선별하고 돈을 공급해 경제가 잘 굴러가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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