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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탈출

이용식

입력 : 2010.03.08 10:44


봄비가 보슬보슬 내려 땅을 촉촉히 적셔주던 지난4일 오전.

대전의 한 빌딩 게임장에선 6-7명의 남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에 정신을 팔고 있었습니다.

'쾅.쾅.쿵.쿵' 바깥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낯선 소리와 웅성대는 인기척에 주인과 종업원,손님할것 없이 머리가 쭈뼛,신경이 곤두섰습니다.

"혹 경찰이 단속나온건 아닌가?"

게임에 열중하던 한 중년 남자의 머리속엔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이내 마음이 불안해 집니다.

"단속에 걸리면 개 망신인데..."

온갖 생각으로 신경이 곤두 서는데 '쾅.쾅.쿵.쿵' 시끄러운 바깥소리는 더 또렷이 가깝게 남자를 위협했습니다.

마침 점심약속도있던 이 손님은 서둘러 게임장을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주인에게 출입문을 열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이 출입구를 봉쇄했을것이란 짐작에 주인도 잠시 정신을 놓고 어찌할바 몰라 문을 열지못했습니다.

당황스러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손님은  창문을 발견하고 탈출을 생각합니다. 창문을 열자 건물벽에 빗물배수용 파이프가 1층까지 길게 설치돼있습니다.

손님은 "옳거니 저것을 타고 내려가면 되겠구나"란 생각에 창틀을 밟고 몸을 웅크려 밖으로 빠져나와 두손으로 파이프를 잡았습니다. 그 순간 생각과 달리 빗물에 젖은 배수파이프는 상당히 미끄러웠고 손님은 1층 바닥으로 추락,숨을 거뒀습니다. - 이상은 경찰발표 바탕으로  재구성한것입니다

추락한 손님을 발견한 사람은 건물 청소부. 화들짝 놀란 청소부가 119에 신고를 했고, 주인과 손님의 도주에 대비해 1층 승강기 입구에서 망을 보던 경찰은 승강기를 타고 빠져나오는 다른 손님들을 붙잡아 한 손님의 추락 사실을 알게됩니다.

게임장 입구는 세겹 철문으로 봉쇄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하루전날 이 업소에 대한 신고 전화를 받았고 단속반을 편성,신속하게 출동을 한거죠. 두꺼운 철문은 쉽게 열수없었고 세겹문 중 겨우 한문을 열은 순간 추락 사건이 난겁니다.

업소가 꽤 높은층에 있기때문에 만에하나 불상사가 날수도 있었지만 경찰은 건물주변 상황을 꼼꼼히 살피고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작전을 전개했던겁니다. 경찰은 게임장 건물과 옆건물사이 공간이 1m도 안돼 안전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상황 이었다며 우발적 사건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게임장 업주와 종업원이 워낙 눈치가 빨라 불시에 들이닥쳐야 단속이 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경찰의 고충을 외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얼떨결에 숨을 거둔 한 중년 남자의 기구한 운명과 청천벽력같은 가장의 죽음에 기절초풍했을 유족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합니다.

불법 사행성게임장영업의  처벌규정을 물어봤습니다. 단속에걸린 게임장업주는 도박개장혐의로 입건되고 손님은 도박혐의로 처벌받는데 대부분 즉결심판을 청구한다고 합니다.

대전 경찰은 지난달15일부터 불법사행성게임장8곳을 적발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으로 사행성게임영업을 뿌리 뽑겠다고 합니다. 단속도 좋지만 의욕을 앞세워 무리하지않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생명은 경찰이 지키고 보호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