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 땅끝 마을 마량에서 마주보이는 고금도(古今島)는 인구 5천여 명의 작은 섬마을입니다. 2년 반쯤 전에 연륙교가 생겨서 지금은 배를 타지 않고도 내륙으로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워낙 시골이다보니 고교생이 다닐 만한 학원은 전무한 곳입니다.
이 곳에 고금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전교생이 75명에 불과한 오지학교이고요. 그런데 이 학교가 최근 전국 학력증진 우수학교로 선정됐습니다. 고등학교로는 전국에 딱 2곳 입니다.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4명이 17개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판정(학업성취도 20% 이하)을 받았지만, 2009년 평가에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단 한 과목, 단 한 명도 없었던 겁니다.
지난 3일 데스크가 비결이 뭔지 알아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다음날 학교를 찾아가 학생, 교사들과 함께 꼬박 1박2일을 머물렀습니다. 그리곤 답을 얻었습니다.
우선 이 학교 학생들은 학교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정규 수업 외에 1,2학년은 밤 10시까지, 3학년은 밤 11시까지 야간 자습을 했습니다. 1,2,3학년 각 한 개 학급씩인데, 각 반 마다 선생님들이 함께 남았습니다. 토요일에도 수업 뒤 3시간씩 별도의 보충 수업을 했습니다. 공부가 좀 더 필요한 학생들은 인턴교사와 함께 별도의 교실에서 따로 공부시켰습니다. 인턴교사는 5~6명의 학생들에게 과외 수업을 하듯 '끼고 앉아서' 가르쳤습니다.
또 하나는 학생들의 학습 계획을 학교가 세심히 관리했습니다. 작년에는 3학년에게 수능일지를 쓰도록 했고, 올해부턴 1,2,3학년 전체에게 일종의 학습 다이어리를 나눠줬습니다. 계획 세우기 좋아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겁니다. 그냥 맡겨두는 대신 정기적으로 계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면담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준 당근도 재밌습니다. 학교는 문화상품권 선물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보통 공부 잘하는 우등생만 상을 타는 게 일반적인데, 이 학교에선 꼴찌라도 다음 시험에서 1등급 이상 성적이 올라가면 문화상품권 2만 원을 탔습니다. (작년에 많이 받은 학생은 25만 원까지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노력한 대가가 바로 보상되자 바로 반응했습니다.
일종의 경쟁심도 생겼다고 합니다. 작은 학교이지만 기숙사도 제법 충실하게 운영했습니다. 전교생 75명 가운데 20여 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사감이 매일 숙직하는데, 3학년 부장 선생님이 개인 생활을 포기하고 이 역할을 했습니다.(아예 살림 도구를 기숙사 사감실에 갖다놓으셨더군요)
학부모도 선생님들에게 모든 걸 맡겼고, 학생들도 선생님을 따랐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봤는지, 올 2월 졸업생 22명 전원이 대학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이 학교가 이른바 명문대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국,영,수,사,과로 치르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뭐그리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고, 학생들을 저렇게 잡아놓는 게 잘하는 일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짧게나마 학생들과 머무르면서 제가 받은 느낌은 오지 섬마을 학교이긴 하지만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선생님만, 학생만, 학부모만 힘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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