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국의 여유는 어디로..
어제(3일) 열린 미 상원의 도요타 청문회장에서 인상적인 말이 나왔습니다.
공화당의 마이크 요한스 상원의원이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도요타가 이중 기준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 이 질문에는 "일본이 쇠고기 안전문제에는 강경하게 나오면서 정작 자동차에서는 딴전을 피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한 러후드 장관의 답변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일본에 가면 반드시 그 문제를 거론하겠습니다."
러후드 장관의 말에는 이런 주장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이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것 보다 우리가 더 공정하게 자동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본 내부와 미국내 도요타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도요타 표적론, 음모론을 다분히 의식한 말로도 해석됩니다.
올 들어서만 52명의 미국인들을 숨지게 만든 도요타의 급가속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접근이 어떻게 세계 넘버원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를 죽이려는 음모로 왜곡될 수 있느냐는 강한 반감도 담겨 있습니다.
일본은 2003년 광우병 파동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력에 굴복해
2006년부터 20개월 미만된 쇠고기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습니다.
장면을 바꿔보겠습니다.
오늘 열린 미 상원 재무위원회에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한미 FTA 추진에 관한 보고를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는 말 다음에 론 커크 대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차가 연 70만대 이상이 팔리는데 한국에서는 미국차가 연 7천대 정도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역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정한 한미 FTA가 될 수 없습니다."
론 커크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트리어스 마란티스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그는 "한국은 미국 자동차 업체에 비관세 장벽을 세운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비준에 앞서 이 문제를 다뤄야만 합니다. 한국의 공정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한국과의 쇠고기 부문에서도 추가적인 진전이 필요합니다."
일본과 한국, 미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입니다.
경제규모도 세계 상위권 국가들입니다.
공통점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속에서 성장했다는 거죠.
미국은 동북아에서의 거점 확보라는 차원에서 두 나라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치,군사는 물론 경제적으로도요.
우리의 경우로 좁혀봐도 잘 살아보겠다며 수출에 올인할 때 미국은 한국산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제조업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의류나 생활용품 같은 것들은 거의 제 3세계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게 된 것과 맞물리면서 한국 수출도 성장을 거듭하게 된거죠.
지금은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캄보디아,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뒷받침해주고 있죠.
그런 물건들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말이죠.
불법체류자들에 대해서도 미국은 관대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그 자녀들에게는 시민권을 허용해주고,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이 꿈의 나라라고 불리웠겠죠.
그런데 그런 대국 미국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쫀쫀해졌습니다. 'GIVE & TAKE'에 철저하겠다고 공하고 나섰습니다.
된다 된다 하던 이민개혁법안도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지난해 집권부터 빨리 해주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또 다시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민개혁법안이란 고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의원이 주도했던 것으로 불법체류자를 대거 사면해 합법적 신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취업비자와 취업이민 쿼터를 대폭 올리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법안입니다만(한국은 물론 중남미쪽에서 몰려든 히스패닉,아프리카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개혁과 11월 중간선거가 더 중요한 오바마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만거죠.정말로 미국에서 청소와 잡역부같은 험한 일들은 거의 모두 히스패닉계가 다 하고 있습니다. 이달중에 워싱턴DC에서 이민개혁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릴 것이라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미국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중남미,아시안,아프리칸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더 이상 허용하라는 게 말이나 되느냐. 미국 경제가 좋았을 때는 그나마 봐줄만 했지만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미국인들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하더군요.
이제 미국이 다른 나라를 살펴줄 여유가 없어졌다는 거죠.
'먹고 살아야 다른 사람 형편도 살펴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이제부터는 오랫동안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지켜온 미국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모양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앞으로 경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얘기할 때는(아니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편하지 않게 됐습니다.
미국도 죽기살기식으로 나올 테니까요.
해가 지지 않던 나라 영국이 저물 듯이 미국도 조금씩 저물어가는 걸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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