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탐사를 끝마치며
하지만 아라온호는 지금도 태평양 위를 항해해 인천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는 3월 15일 인천부두에 입항할 예정인 아라온호는 3달간의 긴 항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그동안 아라온호의 남극 탐사 기간 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문답 형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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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1) 아라온호는 남극 어디에 갔다왔나요?
아라온호의 남극 탐사 기간 중 총 10편의 SBS 8시 뉴스 보도가 전국에 전해졌지만, 저희 보도국 내에서도 정확히 남극 어디를 갔다온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남극의 지명이 대개 생소한, 처음 듣는 곳이기 때문인데요.

위 사진은 구글어스로 직접 제작한 아라온호의 남극 탐사 항로입니다.
1월 1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출발해(흰색 항로를 따라갑니다)1월 23일 유력한 기지 후보지인 케이프 벅스(Cape Burks)에 도착, 탐사를 벌인 뒤 1월 30일 두 번째 기지 후보지인 테라노바 베이로 출발했습니다(빨간색 항로).
2월 6일 테라노바 베이에 도착한 조사단은 다시 2월 10일 남극 탐사를 모두 마치고 첫 기항지였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로 귀환했습니다(핑크색 항로).
총 39일간의 항해 동안 아라온호가 이동간 거리는 장장 1만2456km에 이르는 대장정이었습니다.
문2) 항로가 험했다고 들었는데, 연구진이나 보도진들은 배멀미는 하지 않았나요?
많은 사람들이 '배를 오래 탔을텐데 배멀미는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위의 사진을 한 번 더 참조하면, 배가 가장 요동이 심했던 곳은 남위 50도에서 60도 사이의 해역이었습니다.
이 해역에는 일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환남극 순환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남극으로 처음 내려갈때는 배의 오른쪽에서 계속 너울성 파도를 맞았고, 탐사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올 때는 반대로 배의 왼편이 파도의 집중공격에 노출됐습니다.
너울성 파도가 얼마나 심했느냐면 한때는 배가 양쪽으로 최대 30도씩 기울기도 했습니다. 이를 파도 위에서 배가 마치 양 옆으로 구르는 것 같다고 해서 '롤링(rolling)'이라고 합니다.

(▲배가 10도 정도 기울때 이런 느낌입니다. 30도쯤 기울면 어떻게 될까요?)
배가 30도씩 기울면 당연히 배 안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배 안의 모든 물품이 쓰러져 바닥에 나뒹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무게가 있는 물건들은 전부 로프로 단단히 고정시켜야 합니다.
선실 안의 서랍도 모두 그냥 열어서는 열리지 않도록 아래쪽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 힘껏 누르며 당겨야 합니다.
가장 가관인 때는 식사시간입니다. 나중에는 모두들 조금씩 적응이 되지만, 식사를 하다가 배가 한 쪽으로 휙- 하고 기울면 물컵과 국그릇에 담긴 물과 국이 그릇 한 쪽으로 쏠리다가 결국엔 넘치고,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머리가 이리저리 기울어집니다.
배식을 받던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리에 힘을 주고 식판을 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있으면 멀미에 약한 사람부터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배 안 의무실에는 귀 밑에 붙이거나 먹는 멀미약 수백 통이 준비돼 있지만, 멀미약을 쓰고도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사람들은 침대에 들어가 누워서 참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문3) 남극이니까 많이 추웠겠죠?
남극이라고 일 년 내내 춥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보도진이 남극에 가 있는 동안, 한국에는 영하 15도가 넘는 강추위가 여러 번 찾아왔었죠.
하지만 올 여름(남극에서는 계절이 여름이었습니다) 남극은 다행히 날씨가 좋았습니다.
덕분에 대륙기지정밀조사단과 보도진 모두 좋은 날씨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목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첫 목적지였던 케이프 벅스에 취재진이 머무는 동안 평균 기온은 영하 2.6도에서 3.2도 정도였습니다.
날씨도 대체로 청명한 날이 많았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초겨울 날씨 수준이죠.
두 번째 목적지였던 테라노바 베이의 경우 케이프 벅스보다는 조금 더 추웠습니다.
탐사 기간 동안 평균 기온은 영하 5도에서 6도 선을 오갔고, 가장 추웠던 때는 영하 9도선까지 떨어졌습니다.

(▲테라노바 베이에 도착한 조사단이 태양전지로 작동되는 자동기상측정장비(AWS)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당시 현지의 기온은 영하 4도 안팎으로 비교적 따뜻했습니다.)
또 테라노바 베이 탐사 이틀째에는 내륙 쪽에서 예고 없이 불어닥치는 하강기류- 영어로는 Katabatic Wind라고 부릅니다-가 불어오면서 눈보라, 이른바 '블리자드(blizzard)'가 일대를 뒤덮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해를 누비는 동안에도 기온이 대체로 영하 10도를 넘어서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남극의 여름은 무척 따뜻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하 10도 아래로 몇 번이나 내려갔던 한국의 겨울보다 오히려 더 따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4) 남극에는 펭귄만 있나요? 곰은 없나요?
이번 남극 탐사 기간 동안 취재진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남극의 동물들이었습니다.

(▲테라노바 베이의 기지 후보지 인근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남극도둑갈매기(skua). 이때가 산란철이라 곳곳에서 알을 품는 도둑갈매기들은 한창 예민해져 침입자를 경계합니다.)
특히 아델리펭귄이라 불리는 작은 펭귄이 남극에서 숫적으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고,이보다 조금 더 큰 황제펭귄도 탐사 기간 중 심심치 않게 나타났습니다.
또 '스쿠아(skua)'라고도 불리는 남극도둑갈매기는 남극의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도둑갈매기는 펭귄의 알이나 새끼를 가로채 빼앗아 먹기 때문에 종종 펭귄과 다투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하루 종일 얼음판 위에 누워 도대체 뭘 하나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는 바다표범,

(▲멀리서 본 바다표범 가족들의 모습입니다. 얼핏 까만 돌덩이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바다표범인데, 사람이 가까이 접근할 경우 공격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멀리서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크릴-펭귄과 스쿠아들의 주요 식량. 새우는 아닙니다-과 남극해에만 사는 몇몇 어종들이 살고 있습니다.
낚싯대나 스쿠버 장비를 준비해 간 취재진이 아무도 없었던 관계로 이번 남극 탐사 중 남극의 물고기는 구경할 수 없었지만, 하늘과 육지에서 사는 동물들만으로도 때로는 무료한 남극의 일상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곰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건 북극곰이니까요!) 사실, 곰은 주로 북반구에만 분포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남반구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남극 이외의 지역에 사는 펭귄이 주로 남미, 남아공, 호주 등 남반구에만 분포하는 것처럼 곰은 주로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는 7월 아라온호가 북극 탐사를 떠나는데, 혹시 취재진이 다시 동행하게 되면 그 때는 북극곰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5) 남극에서는 어떤 시간대를 쓰나요?
이번 항해 내내 아라온호가 남극해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시간대는 한국보다 4시간 빠른 뉴질랜드 표준시로 늘 고정돼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남극이든, 북극이든 극지방으로 갈수록 시간대가 더 좁아져 수시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남극점과 북극점을 잇는 경위선(ex: 동경 127도 - 서울, 동경 132도 - 독도...)은 적도에서 가장 간격이 넓고, 극지에서는 모든 경위선이 모이기 때문에 간격이 0이 됩니다.
따라서 역시 상당히 남극점에 근접한 남위 75도에 위치하고 있는 케이프 벅스나 테라노바 베이의 경우 조금만 동서로 움직여도 경도가 쉽게 바뀌게 되고, 아라온호가 만약 이 경도에 따른 표준시를 모두 채택할 경우 거의 하루나 이틀 걸러 계속 표준시를 바꿔가며 써야하는 불편에 처하게 됩니다.
다시 한 번 맨 위의 지도를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운데, 아라온호는 항해 도중에 날짜변경선을 두 번이나 지났습니다.
날짜변경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가면 1시간이 빨라지면서 하루가 늦어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다시 넘어오면 1시간이 늦어지면서 하루가 빨라져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이런 불편 때문에 이번 남극 항해에서는 기항지인 뉴질랜드 표준시에 맞췄던 것이고, 따라서 가장 동쪽에 있는 케이프 벅스의 경우 실제로는 뉴질랜드 표준시와 4~5시간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남극에서는 여름에 밤이 없이 낮만이 계속되기 때문에, 새벽 3시, 4시라고 해도 밖에는 여전히 얼음판 위에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요. (▲남극의 활화산 멜버른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SBS 남극 취재진 3명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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