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국'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국민투표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이 지난 2일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으나 여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야당과 한나라당내 친박계 등에서는 '음모론'까지 내놓으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어제 발언으로 국민투표 논란은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제 정부는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한나라당내 중진협의체 등의 논의를 차분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참모는 다만 "세종시 논의가 정쟁에 휩싸여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청와대의 의도와 무관하게 국민투표를 비롯한 정국타개책이 다시 거론되지 않겠느냐"고 전제했다.
실제 여권내 일각에서는 국민투표의 '헌법적 권위'를 거론하며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려는 기류가 여전한 상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전날 국민투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하면서도 '현재'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점을 놓고 일각에서는 향후 추진의 여지를 남겨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세종시 건설이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외교와 국방, 통일 등 안보에 관련된 사항처럼 국운이 걸린 사항은 포함할 수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안된다면 국민투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정치권 내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세종시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국민투표로 '심판'을 받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견해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의 한나라당 중진의원도 "김영삼 전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국민투표를 하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확하게 현재도, 미래도 국민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천명해 줄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근 세종시 국민투표의 현실화 가능성과 장·단점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실무차원에서 작성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운찬 국무총리도 최근 주례보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세종시 논란의 해법으로 국민투표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르면 오는 4일 출범할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에 힘을 실으면서 동시에 정치권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와 별개로 세종시 국민투표 카드는 언제라도 살아날 수 있는 '잠재변수'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투표 가능성이 재부상할 경우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개헌 등 정치개혁 과제와 함께 향후 정국의 흐름을 지배할 대형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