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세종시는 원래 행정기관을 옮겨 발전을 이끌어 보자는 취지였고, 혁신도시는 공기업 같은 공공기관을 전국 11곳에 나눠 옮겨 보자는 것이었고, 기업도시는 그야말로 큰 기업이 들어가서 지역발전을 이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초, 가야할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종시에 행정기관 일부를 옮기는 것이 행정의 비효율을 낳는다 심지어는 이미 수도분할이 아니라는 취지의 헌재 판결도 있었지만, 그래도 수도분할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주장들이 현 정부 들어 힘을 받으면서, 행정기관은 하나도 가지 않고 기업들이 가는 세종시 수정안, 정부와 여당이 지칭하기로는 '발전방안'이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에 행정기관이 가지 않으니, 혁신도시에 공기업이 왜 가냐, 기업 유치하라고 만든 기업도시를 놔두고 세종시에 삼성이니 롯데니 웅진이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 다 가니, 기업도시는 뭘로 추진하라는 소리냐는 등, 역차별론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세종시에 주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인 원형지 개발과 세제지원이 혁신도시에도 똑같이 약속됐죠. 그리고 원래 세종시에 주는 기업 인센티브는 기업도시와 똑같은 수준! 이라고 정부는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세종시만 특별히 주는 게 아니라 기업도시에 주던 것을 주는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기업도시 입주기업에 주는 감세 인센티브를 세종시에도 혁신도시에도 주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연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상정된 80여개의 법안가운데 다음의 두 개가 있었습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발의한 신발전도시에 관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수정안. 정부가 입법예고한 기업도시에 관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수정안. 하나는 신발전도시 입주기업에도 기업도시와 같은 법인세, 소득세 3년간 100% 면제, 2년간 50% 감면을 주자고 한 것이고, 또 하나는 2007년부터 주어온 기업도시 입주기업의 감세 인센티브가 2009년으로 끝나는데 아직 조성사업이 끝나지 않은 만큼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안이었습니다.
조세소위에 들어간 여야 국회의원들이 생각해보니, 이대로 가다간 기업을 서로 뺏고 뺏는 결과만 낳을 것이 불보듯 뻔했습니다. 안그래도 세종시가 다른 지역의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조세소위 여야의원들은 '그럼, 모두 그 지역에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경우에만 조세혜택을 주자"고 결정했습니다.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법은 고쳐졌고,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두루 알고 계시다시피, 법안이 국회논의를 거쳐 통과될 때, 그 법안을 자세히 알고 국회의원들이 찬반을 누르는 경우는 정말 전체 법안의 10%도 안 될 것입니다. 특히나 이 법은 조세소위에서 결정되서 해당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올려졌지만, 당시 조세소위원장이 수십가지 법안의 수정 사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전기업은 제외됐다'는 말은 하지 않고, 단지, "지역 발전을 위해 기업도시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연장했습니다." 라고만 보고했습니다.
또 당시 본회의는 2010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대치로 이 법은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고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해 1월 1일 새벽에 후루룩 통과돼 버렸습니다. 법은 1월 1일 시행되고 있어지만, 해당 기업도시 관계자들 조차 일주일여가 지난 뒤에 알았다고 합니다.
자꾸만 세종시 인센티브가 기업도시와 같다고 정부가 강조하는 것이 미심쩍어 법안을 살펴보니, 이미 고쳐져 있더란 겁니다. 전국 6개 기업도시에 속한 여야 의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기업도시는 이미 투자양해각서를 마친 기업들이 10여곳 있는데 이 가운데 이전 기업이 절반정도 됩니다. 세제 혜택을 기대하고 이전을 결심했던 기업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기업도시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을 또 고쳐야한다며 수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국회 움직임에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이전기업에 다 세제 혜택을 주면, 감세 규모가 너무 커질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또 서로 기업을 ?고 뺏기는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국토해양부 입장에서는 부처에서 주관하는 기업도시가 인센티브를 박탈당하게 됐으니,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묘수가 없습니다. 기업도시에만 이전기업 특혜를 주자니, 혁신도시가 우리도 이전기업 혜택을 달라고 할 것이고, 모든 도시마다 이전기업에도 특혜를 주는 것도 어렵고...
특혜가 특혜가 아니게 돼 버렸으니, 서로 또 진짜 특혜를 달라고 다투어 로비를 할 수 밖에 없는 건가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