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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뒤풀이, 세심한 대처 필요하다

입력 : 2010.02.16 12:23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졸업식 알몸 뒤풀이가 동영상과 사진으로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적극적인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설연휴가 끝난 16일부터 집중 조사를 벌여 강압성이 확인되면 가해학생들을 형사처벌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 동영상과 사진을 유포해 2차 피해의 우려를 낳은 누리꾼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게 하는 일이어서 책임소재를 밝혀 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하게 상황을 짚어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알몸 뒤풀이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선배로 보이는 고교생 20여명이 중학교 졸업생 15명을 모아놓고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 씌우고 속옷까지 벗겨 알몸으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게 하는 모습이 공개돼 있다.

후배들에게 졸업 뒤풀이를 시킨 선배 학생들은 이 장면을 촬영하며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앞서 제주에서는 선배들이 후배 여중생들의 교복을 찢고 바다에 빠뜨려 수영을 못하는 한 학생이 해녀에 의해 구출되는 일이 있었고 부산과 청주에서도 속옷차림의 졸업생들이 시내 한복판을 행진하는가 하면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찢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치기 어린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잔인한 일들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아무런 죄의식없이 자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졸업식 시즌에 연이어 발생한 뒤풀이 추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중문화가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흐른 까닭에 어린 학생들이 노출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말았다는 저급한 대중문화 폐해론이 있다.

이외에도 어른 사회의 폭력성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됐다는 개탄도 나오고 있으며 강압과 지식주입 일변도로 상징되는 교육현장의 병폐에서 문제가 싹텄다는 지적도 있다.

어쩌면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졸업식 추태라는 양태로 터져 나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어찌보면 이런 사태의 가해자는 또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다.

물론 고양 알몸 졸업식 뒤풀이 같은 추태는 앞으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경찰도 수사에 나선만큼 이런 일이 있게 된 경위를 알아내고 가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고의로 일을 벌인 측면은 없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만약 수사결과 용인하기 어려운 위법성이 있다면 처벌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적인 집단 괴롭힘, 성희롱의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이런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닫토록 할 당위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형사처벌은 매우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처벌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