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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넘버원'이 한순간에 '리콜 챔피언'

입력 : 2010.02.11 18:44

<일본 품질신화 붕괴> ①동네북 된 도요타


일본이 제조업의 '혼'으로 자부하던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전 세계에 걸친 대량 리콜로 동네북이 됐다.

신뢰와 기술의 상징으로 세계 소비자들을 홀렸던 도요타자동차의 품질 신화 붕괴에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 2위의 자동차업체인 혼다가 대량 리콜 파문에 휩싸였다.

일본 국민들이 '하늘의 자존심'으로 믿었던 일본항공이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간판 기업들의 신뢰 추락에 재계는 할 말을 잊었다.

이러다가는 기술과 서비스의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던 주식회사 일본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일본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렵게 쌓아올린 도요타자동차의 품질 신화가 모래성이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작년 8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요타가 가장 자랑하던 차종인 렉서스350이 시속 190㎞로 폭주해 4명이 사망한 사고가 도요타의 신뢰 추락에 불을 댕긴 시발점이었다.

이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국 소비자들과 당국은 도요타의 품질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고 약 한 달후인 9월 29일 도요타는 가속페달이 바닥 매트에 걸려 폭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7개 차종 약 380만 대의 운전자들에게 매트 제거를 당부했다.

즉각 도요타차에 대한 품질 불만이 분출했다.

결국 도요타는 11월 25일 가속페달이 바닥 매트에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26만 대를 리콜하기로 했고 이후 약 2개월만인 지난달 21일에는 가속페달의 잠김 현상으로 8개 차종 230만 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달 4일에는 일본 첨단기술의 '정수'를 모두 동원해 만들었다는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의 브레이크가 순간적으로 잘 듣지않는다는 피해자 진정이 접수되자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본격조사에 착수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에 대해 '차 자체엔 문제가 없고 브레이크를 밟을때 운전자들의 감각 문제'라고 강변하며 리콜을 미루다 결국 결함을 인정해 9일 43만 7천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전세계에서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최고 차라는 자부심에 가득찼던 도요타의 오너 경영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이달 들어서만 두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죄해야 했다.

도요다 사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도요타라고 해서 실패하지 않는 만능의 존재는 아니다"고 품질관리 실패를 자인했다.

세계 최고의 품질 신화가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도요타는 일련의 리콜을 통해 전세계에서 1천만 대 이상을 무상 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과 신뢰의 '넘버원'이 리콜의 '넘버원'으로 전락한 것이다.

도요타의 리콜 파문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일본 2위의 자동차기업인 혼다가 에어백 결함을 이유로 전세계에서 43만 7천대의 차량을 추가 리콜하기로 해 충격을 더했다.

서비스를 생명으로 하는 간판 항공사인 일본항공의 몰락은 또 다른 의미에서 기업의 신뢰성 문제를 야기했다.

일본항공은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경영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끝에 지난달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사실상의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기업재생지원기구를 통해 일본항공에 3천억엔을 출자하는 한편 은행권을 동원해 6천억엔 이상을 융자할 방침이다.

모두 9천억 엔(약 1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을 수혈하는 셈이다.

도요타가 과도한 효율성.생산성을 추구하다 차량 품질 관리에 실패해 신뢰성이 추락했다면 일본항공은 직원들에 대한 퍼주기, 적자 노선 양산, 낙하산 인사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배반했다.

여기에 일본의 대표적 여객기 좌석 제조업체인 고이토(小絲)공업은 좌석 강도와 내화(耐火)성능 검사 결과를 날조한 뒤 세계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 회사는 성능 검사 당시 현장에 파견돼 있던 국토교통성 담당자에게는 사전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은 허위 자료를 보여주는 등 치밀한 조작을 감행했다.

고이토공업이 출하한 좌석은 134개 종류며 전 세계 24개국 32개사의 여객기 1천기(15만 석)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저버렸을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도덕성에 먹칠을 한 범죄행위다.

일본항공의 몰락과 도요타와 혼다의 대량 리콜에 이은 고이토공업의 추문은 일본 재계 전반에 엄청난 위기감으로 다가서고 있다.

일본은 무엇보다도 상징 기업인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에서 경쟁하는 일본 기업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저널리스트인 가토 구미코씨는 11일 "도요타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일본의 양심 브랜드이자 일본인의 이미지 브랜드여서 더욱 충격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