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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눈폭탄이 쏟아진 날 2

주영진

입력 : 2010.02.08 13:13|수정 : 2010.03.05 11:39

투덜대기보다 즐기는 사람들


제 집에서 지국으로 가는 매사츄세츠 애버뉴입니다.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의 모습이 보이시죠? 인도는 사라지고 차도를 차와 사람이 나눠 쓰고 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은 매사츄세츠 애버뉴를 앰버시 로우라고 부릅니다.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몰려 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영사관앞을 지나면서 찍었습니다.

서재필 박사의 동상도 흰 옷을 입었는데, 무엄하게도 얼굴마저 가려버렸습니다.

사실 지국까지 걸어가는 한시간 반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눈이 와서 불편한 게 아니라 즐거운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눈이 1미터 가까이 내렸습니다. 어디 갈래도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가려면 나와서 한두시간,혹은 그 이상을 걸어야 합니다.제설작업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니,왜 시당국은 눈 좀 빨리 안치우고 뭐하는거야?"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지만 워싱턴 사람들은 그저 평생 볼까 말까한 폭설을 직접 봤다는 사실이 더 반가운 듯 했습니다.



나오지 말라고 해도 이 비경을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젊음의 거리 듀퐁 서클에서는 집단 눈싸움이 벌어지고 있더군요.혹 생길지 모를 불상사를 막으려고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온 경찰차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도 봤습니다.

나이도 상관없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하더군요.

눈길을 걷기 힘드니 아예 스키를 타고 나온 사람들도 있고, 등산객처럼 지팡이 하나 장만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걸어가는 부부도 봤습니다.

지난달 초 서울에 대폭설이 내렸을 때 생각이 났습니다.

서울 사람들과 여기 사람들이 폭설에 반응하는 게 좀 다른 듯 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비슷하고도 다르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작용에 보다 슬기롭게 대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시 당국 비판하고 짜증내기 보다 아침에 눈 떠서 밤사이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는마냥 좋았던 어린 시절처럼 말이죠.

사는 게 팍팍하다고는 해도 스스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보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워싱턴에 폭설이 쏟아진 날 제가 새삼 실감한 삶의 교훈이었습니다.